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지금은 비상시국”…나라 다스리기 체계의 붕괴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지금은 비상시국”…나라 다스리기 체계의 붕괴

기사승인 2009-02-18 18:38:01

[쿠키 사회] “거듭 말하지만 지금은 단순한 경제난을 넘어 국난(國難)이라 불러 마땅한 비상시국입니다.”

백낙청(70) 서울대 명예교수는 1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대한민국은 지금 단순한 경제위기를 넘어 국가적인 비상시국에 처해 있다”면서 “합리적인 보수와 책임있는 진보가 협력해 폭넓은 중도세력을 형성하면서 정부 및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동참하는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 일종의 거국체제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해 12월 말 그가 ‘창비주간논평’에서 피력한 현실 진단과 동일한 맥락에 있다. 백 교수는 당시 ‘거버넌스에 관하여’라는 글을 통해 정부, 의회, 사법부, 행정부, 언론, 시민운동 등의 총체적 탈선과 무기력을 거론하면서 “대한민국의 나라 다스리기(거버넌스)에 심각한 고장이 난 징후가 뚜렷하다. 내년 봄에 대규모 군중시위가 벌어지는 일은 그 누구도 막기 어려울 듯하다”고 경고했었다.

백 교수는 이날 ‘비상시국 타개를 위한 국민통합의 길’이란 주제로 강연하면서 2009년을 비상시국으로 규정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경제위기,둘째는 남북관계의 단절을 꼽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이유로는 나라 다스리기 체계의 붕괴라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거버넌스의 붕괴에 대해 “국정의 최고 권한을 쥔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가장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특히 “자기는 잘못한 게 없고 지금도 잘 하고 있는데 남들이 문제라는” 정부의 태도를 문제삼으면서, “지난해 ‘촛불’의 엄중하지만 평화적인 경고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책임이 어느 한 사람에게, 또는 어느 일방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비판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이명박 정부와 똑같은 ‘남의 탓’ 습성을 발견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뽑은 책임이 있으니까 다음 선거 때까지 꾹 참는 게 도리라는 주장은 극도의 무책임일 뿐”이라며 “그렇다고 국민이 들고 일어나서 당장에 정권을 갈아치우자는 주장도 무책임하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정당 대표들과 시민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6자회담식’의 거국체계를 비상시국 타개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 정부로는 지금의 국난을 돌파할 수 없으며 비상한 처방이 아니고는 넘길 수 없는 고비에 왔다는 인식은 어차피 확산될 것”이라며 “나라 다스리기 체계의 개편 문제를 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소통하며 원칙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작업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관계, 4대강 정비사업, 한반도 대운하, 경제문제, 사회정책 등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도 “한시적이지만 상당기간 존속하면서 각계각층의 심도 있는 토론과 검증을 주관하고 그 결과의 국민적 수용을 담보해줄 공식·비공식 민관합동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백 교수는 최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자리를 4년만에 사임했다. 관훈클럽은 19일에는 보수인사로 알려진 작가 이문열씨를 초청해 토론회를 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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