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장면1=지난해 5월18일 저녁 서울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에 한나라당 이재오 전 의원을 포함한 친이계 인사 30여명이 모였다. 당 대표와 원대대표에 친이계 인사를 당선시키는 데 힘을 합치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였다. 그런데 이상득 의원이 불쑥 방문하는 바람에 모임은 미국 출국을 앞둔 이 전 의원 송별모임 분위기로 바뀌었다. 수유동 회동 이후 이재오 전 의원측의 지원을 받아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해온 정의화 의원이 중도하차했고, 원내대표 선거는 단일 구도로 정리됐다.
#장면2=지난 8일 친이재오계 의원들이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을 앞두고 계파 단합 모임 성격의 자리였다. 그런데 일부 의원은 음식점에 이상득 의원이 먼저 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의원은 “나는 장소를 잘못 찾은 줄 알고 돌아갈뻔 했다”고 말했다. 이상득 의원은 이 자리에서 주요 법안 처리를 위한 당력 결집을 당부했다. 물론 계파색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이 자리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천리안’ 행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내 각종 모임뿐 아니라 계파 비밀 모임 성격이 짙은 회동에도 어김 없이 이상득 의원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친박계 핵심 인사와 부산에서 조찬 모임을 갖는 것도 천리안 행보의 일환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친박계 의원들이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회동을 갖고 계파 모임을 발족시킨다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주에도 이상득 의원은 친이재오계가 다수 포진돼 있는 경기도 지역 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안국포럼 출신 소장파 의원들과도 만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일부 인사들은 20일 이상득 의원의 행보에 대해 “정말 형님은 모두 알고 계신 것 같다”며 “어쩔때는 무섭기까지 하다”고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상득 의원의 천리안 행보는 집권 2년차를 잘 넘기기 위해서는 모두가 화합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당협위원장 선출, 4·29 재보선 공천에다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 등 여권 권력 지형도에 변화는 물론 당내 친이 친박계 간 갈등을 촉발시킬 휘발성이 높은 사항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상화에서 이상득 의원이 직접 계파간 완충역할을 하고 나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상득 의원의 지속적인 메시지 전파로 당내 친이, 친박 모두 계파 충돌을 자제하자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