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2월 임시국회 폐회 후폭풍이 예상보다 빠르게 잦아들고 있다. 여야 모두 “아쉽긴 하지만 그 정도면 됐다”며 지도부를 재신임하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4일 한나라당의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선 일부 쟁점법안의 본회의 처리 무산에 대해 자성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협상을 이끌었던 지도부에 대해선 격려성 발언이 이어졌다. 송광호 최고위원은 “어제 본회의장에서 그 정도 성과가 있었다는 것은 지도부의 치밀한 계획이 있었고 추진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친이계 한 의원은 “이상득 의원도 ‘잘됐다. 지도부가 열심히 했다’고 말하더라”며 당내 주류측 분위기를 전했다.
최대 뇌관인 미디어 관련법 처리 등을 줄줄이 앞둔 상황에서 협상 상대인 야당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박희태 대표가 “야당이 합의문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일부를 위약함으로써 마지막 오점을 남겼다”며 법안 처리 무산 책임을 민주당 탓으로 돌리긴 했지만, 강도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야당이 지연책을 쓰는 것은 아쉽긴 하지만 ‘야당이 그정도는 해야지’라며 다들 이해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쟁점법안 처리에 관한 여야 협상 타결 직후 강경파를 중심으로 원내대표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심각한 내홍을 겪었던 민주당 내부 기류도 급반전됐다. 당내에서는 3일 본회의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은행법과 디지털전환법, 저작권법 등
쟁점법안의 처리를 시한부로나마 막아내는 성과를 거뒀다는 자평이 나왔다.
정세균 대표도 4일 새벽 본회의 직후 “83석이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모처럼 웃음을 되찾았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6월 MB악법 저지 프로그램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내 지도부를 교체할 때가 아니다”며 만장일치로 재신임을 결정했다. 민주당은 전열을 재정비, 미디어법 등 향후 쟁점법안 힘겨루기와 재보선의 승기를 잡기 위해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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