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국 녹색성장위원장 “4대강 정비사업, 인프라를 봐야”

김형국 녹색성장위원장 “4대강 정비사업, 인프라를 봐야”

기사승인 2009-03-09 17:30:06
[쿠키 사회] “4대강 정비사업은 일자리를 겨냥한 것이다. 1930년대 미국의 뉴딜사업도 일자리를 만드는 것 아니었나? 강 정비사업은 토건(土建)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다. 인프라를 이용해서 그 후에 많은 일이 일어난다. 공사가 전부가 아니다. 토건공사가 강 정비사업의 처음이자 끝인 것처럼 말하는 건 잘못이다.”

김형국(66) 녹색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애매한 말로 질문을 피해가지 않았다. 지난 1월 정부가 향후 4년간 50조원을 투자해 1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녹색뉴딜 사업을 발표한 후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4대강 정비사업과 자전거도로 건설 등을 주축으로 한 내용을 문제삼으며 “녹색을 빙자한 토건사업” “서민 살리기가 아닌 건설업체 살리기” “단기 처방” 등으로 비판해 왔다.

지난 3일 서울 서린동 녹색성장위 위원장실에서 인터뷰에 응한 김 위원장은 “토건사업이 왜 나쁘냐?”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세계 경제가 업다운을 할 때 국내 경제가 완충작용을 해줘야 하는데 가장 좋은 게 건설사업이다. 이건 경제학의 상식이다. 도시를 만들고 농지를 만들고 인프라를 까는 게 다 토건사업아니냐?”

그는 4대강 정비사업이 녹색뉴딜의 핵심 사업이며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효과와 강 살리기라는 환경적 효과를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녹색뉴딜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 살리기의 시급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영산강 갈수기 때 보면 나주나 광주의 강은 강이 아니라 웅덩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인 나라에서 강을 이렇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대구 시민이 이백몇십만명인데 가끔씩 급수 중단사태가 일어난다. 부산도 마찬가지고. 강원도 쪽에서는 지금 가뭄 고통이 엄청나지 않나?”

그는 “우리가 오랫동안 물 문제를 외면해 왔는데 이 정부는 물에 손을 대려는 것이다”라며 “대운하는 반대가 너무 심해서 못 했고 강 정비사업은 물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대처라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전거도 녹색성장위의 주요 관심사다. 김 위원장은 “자전거를 대도시 교통수단으로 도입한다는 게 우리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라며 “5년 안에 도심교통이 자전거로 어느정도 대체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정부의 최대 성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오랫동안 교수 생활을 했던 김 위원장은 이 정부 들어 지속가능발전위원장을 맡았으며, 지난 달 16일 한승수 국무총리와 함께 녹색성장위 공동위원장에 임명됐다.

녹색성장위는 대통령 자문기구로 각 부처들이 추진하는 녹색성장 정책들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민간 전문가 위원 29명과 관계부처 장관 및 국책연구기관장 등 당연직 위원 18명으로 위원회가 구성됐고, 월 1회 개최되는 정례회의에 대통령이 참석한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녹색성장을 꺼내든 것은 세계사적으로 불가피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며 “경제에만 치중하는 산업 근대화는 막다른 길에 왔고, 경제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생태 근대화로 이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녹색성장이란 주제의 범지구적 보편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적용은 나라마다 다양할 수 있고 나라마다 변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4대강 정비사업은 녹색성장의 한국적 변용이라는 설명이다.

녹색뉴딜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일견 수용한다”면서도 “그들의 주장에는 녹색과 사회는 있는데 경제는 없다. 어떤 정책이든 경제적 효과, 즉 국민의 복지로 귀착되지 않는다면 좋은 정책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시민사회와 소통해야 한다는 건 잘 안다”면서 “그러나 시민사회 가운데 환경근본주의자들이 있는데 그들은 논리가 아니라 믿음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얘기하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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