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해체 10년…김우중 회장이 움직인다

대우 해체 10년…김우중 회장이 움직인다

기사승인 2009-03-17 17:34:13

[쿠키 경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움직인다. 2007년말 특별 사면 이후에도 줄곧 은둔했던 그였지만 올 들어 2∼3차례 해외 방문길에 오르고, 외부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옛 대우그룹이 해체된지 10년째인 올해, 김 전 회장이 본격 재기는 아니더라도 명예회복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전 회장은 20일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열리는 대우그룹 42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대우 전 임원 모인인 ‘우인회’는 그룹 해체 이듬해인 2000년부터 격년으로 그룹 출범을 기념해 왔다. 3월22일은 김 전 회장이 자본금 500만원으로 시작한 대우실업 창립일이다. 전 대우그룹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연단에 서서 공식 발언을 하지는 않겠지만 옛 지인들의 얼굴을 본다는 차원에서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전 회장이 대우그룹 해체 이후 창립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40주년이던 2007년 행사에는 형 집행정지 상태라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대우그룹은 해체됐지만 우리가 몸 담았던 회사들이 지금도 좋은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많은 위안을 얻고 있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김 전 회장은 앞서 지난달 12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윤영석 전 대우그룹 총괄회장, 서형석 전 ㈜대우 회장, 정주호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등 ‘세계경영’을 함께 했던 핵심 ‘대우맨’ 40여명과 만찬을 했다. 김 전 회장이 소집한 자리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밥 한끼 먹고 안부를 묻는 자리였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의 최근 행보는 심상치 않다. 그는 지난해 11월 신병 치료를 이유로 법무부 허가를 받아 일본과 베트남을 방문했다. 2005년 구속된 이후 첫 해외 방문이었다. 지난달말에도 베트남을 찾았다가 최근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베트남에서 요양을 겸해 새로운 사업 구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은 김 전 회장에게 ‘제 2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하노이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입안했고, 2005년 귀국 이전 베트남 국토개발 사업을 자문할 정도로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또 지난달 18일 부인과 함께 서울 명동성당에 마련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빈소도 찾았다.

때마침 옛 대우맨들도 김 전 회장과 대우그룹에 대한 평가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룹 42주년 행사 때도 이와 관련된 강연, 세미나가 있을 전망이다. 우인회 한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잘못한 것보다 더 많은 책임을 진 측면이 있다”며 “이런저런 과정 속에서 상황 판단을 잘못한 것은 있겠지만 부도덕한 기업인으로 낙인 찍힌 부분에 대해서는 재평가가 있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사업 재개를 거론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많다. 대우그룹이 6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남기고 무너지면서 정부와 온 국민이 떠안아야 했던 고통이 아직도 한국 경제 곳곳에 남아있기때문이다. 김 전 회장 개인의 건강 문제와 주변에서 도울 인사들이 대부분 현역에서 은퇴한 ‘노병’이란 점도 감안해야 한다. 17조9000억원의 추징금 미납 역시 큰 걸림돌이다. 다만 김 전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명예회복을 꾀할 개연성은 크다. 전 대우그룹 임원은 “오랫동안 거동이 없었기 때문에 몸도 풀고, 근육도 풀어야 한발이라도 내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지금은 그런 단계로 보면 된다”며 여운을 남겼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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