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vs 노조 ‘정면 충돌’

기아차 노조 vs 노조 ‘정면 충돌’

기사승인 2009-03-18 21: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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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기아자동차 노조가 집안 싸움에 휘청거린다. 노조 조직 형태 변경을 놓고 현 집행부와 반대파간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파간 주도권 다툼 성격도 있는 데다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마저 끼어들어 봉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노동조합 사수 대책위원회는 17일 기아차 지부의 지역지부 전환 계획의 수용 여부를 묻는 조합원 총회 소집을 공고했다. 금속노조가 2006년 12월 대의원대회에서 산하 기업지부를 올 9월까지만 인정하고 이후 지역지부로 통합키로 결정한 데 대한 반발이다.

대책위는 최근 조합원 1만2000여명의 반대 서명을 받아 총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현 집행부가 거부하자 독자 강행을 결정했다. 23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전국 지회별로 총회를 열고 지역지부 전환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노조 위원장 출신인 박홍귀 대책위 의장은 "독단적으로 지역지부로의 전환을 결정해 놓고 조합원의 총회 소집 요구마저 거부한 금속노조 지도부는 민주를 가장한 독재 노조"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현 집행부는 19일 긴급 대의원대회를 열기로 했다. 대책위가 추진 중인 총회가 노조 규약을 위배한 것인지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일종의 '맞불'이다. 집행부는 또 소식지를 통해 연일 대책위를 공개 비난하고 있다. 외부에 노·노 갈등 양상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온 집행부로서는 이례적 대응이다. 집행부는 "노조의 근간을 흔들고 그동안 쌓아올린 노동운동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행위가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공격했다.

금속노조도 대책위의 총회 소집을 탈법적 행위로 규정하며 집행부 거들기에 나섰다. 금속노조는 성명을 내고 "기업별 노조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대책위는 '대공장 이기주의'의 전형"이라며 "민주노조 운동의 정신을 짓밟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 같은 전방위적이고 공세적인 태도가 가능한 뒷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을 의도적으로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기아차 노조의 내홍은 10여개 현장 조직간 알력 다툼도 중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책위를 이끌고 있는 박 의장은 '기아자동차 민주노동자회'가 잡고 있는 현 집행부와 다른 정파 소속이다. 노조 한 대의원은 "내부 싸움에 다음달 시작될 임금협상의 노조 요구안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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