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김보슬 PD “너무 힘들어 소송없는 아이템만 찾게 돼”

‘PD수첩’ 김보슬 PD “너무 힘들어 소송없는 아이템만 찾게 돼”

기사승인 2009-04-01 16:40:01


[쿠키 사회] MBC 시사교양국 프로듀서 김보슬(사진)씨는 오는 19일 결혼을 앞두고 있다. 나이 31세에 입사 7년차. 지난달 31일 방송국에서 만난 김씨는 “아직까지 청첩장도 못 찍었다”고 말했다. 청첩장을 돌리지 못 한 이유는 예식 장소를 확정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다.

김씨는 지난해 4월29일 방송된 ‘PD수첩-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제작했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혐의로 당시 프로그램 제작진(PD 4명, 작가 2명)에게 출두를 통보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공동 연출자인 이춘근 PD는 지난달 25일 밤 긴급체포되기도 했다. 체포영장을 받은 사람들은 방송국 안에서 먹고 자며 일하고 있다.

검찰 소환에 왜 불응하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우리도 나가는 게 속시원하다. 여기서 이러고 살지 않아도 되고”라고 대답했다. 김씨는 “우리가 나가면 앞으로는 정부 비판하면 다 나가서 조사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언론자유라는 거대한 얘기를 부르짖으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고 해서 해당 부처 장관이 명예훼손으로 걸고, 명예훼손을 수사하면서 긴급체포를 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이전 담당 검사가 사표까지 내고 나오면서 기소 건이 안 된다고 했던 사건을 다른 팀이 다시 수사하고 있는데, 무슨 ‘복수혈전’을 보는 듯 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5년 11월22일 방송된 ‘PD수첩-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 편 제작에도 참여했다. 당시에는 조연출 신분이었다. ‘PD수첩’에서 보도한 ‘황우석’ 편과 ‘광우병’ 편은 우리사회에 가장 극렬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방송 보도물로 꼽힌다. 사실의 충격성, 논란의 열기와 범위, 방송의 여파 등에서 이에 견줄만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김씨는 이 두 편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유일한 PD인 셈이다.

김씨는 “선배들도 제 팔자가 기구하다고 한다”면서 슬며시 웃었다. 그리고 “우리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그 프로그램들을 만들었다고 얘기하는데, 모든 게 우연이었다”며 “‘황우석’ 편은 조연출 수십 명 가운데 우연히 제가 발탁된 거고, ‘광우병’ 편은 제 순번이 왔을 때 마침 쇠고기협상이 타결됐기 때문에 보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에 따르면 ‘황우석’ 편과 ‘광우병’ 편을 다루는 검찰의 태도에서 차이가 발견된다. 김씨는 “‘황우석’ 때는 검찰이 우리가 보도한 황 박사를 상대로 수사를 했다”며 “그러나 ‘광우병’ 때는 검찰이 제작진을 상대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승수 총리가 며칠 전 광우병 보도는 100% 왜곡이고 법적으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면서 “정부가 검찰 수사를 옹호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작년 9월 ‘불만제로’ 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계속되는 논란과 소송에 시달리느라 여태껏 프로그램 한 편 제대로 만들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굉장히 위축되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뭘 하나 하려고 해도 소송 없는 아이템을 찾게 돼요. 소송 안 돼, 소송 너무 힘들어, 지겨워, 이런 생각부터 먼저 하게 돼요. 지난 번 미네르바 사건도 보세요. 정부가 언론의 비판을 계속 문제 삼으면 누가 제대로 보도할까 싶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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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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