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정수성 예비역 육군대장에 대한 사퇴압력 논란으로 촉발된 한나라당 내 친이-친박간 갈등이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서로를 향해 '자신들을 음해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하는 강경 목소리가 잦아드는 대신 상황 추이를 지켜보자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다. 양측 모두 확전을 꺼리는 눈치다.
우선 사퇴 압력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2일 친박 의원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이 전 부의장은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상당수가 친박계인 경북지역 의원 10여명과 함께 한 오찬에서 "사퇴 압박은 절대 없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규 의원과 정씨가 만나게 된 과정 등을 설명한 이 전 부의장은 "나는 그렇게 약삭빠르게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박근혜 전 대표가 이번 사태와 관련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비판한데 대해 이 전 부의장은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씨에 대해서도 이 전 부의장은 "고의로 기자회견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선거에서 온갖 소리가 다 나오고 옆에서 이런 저런 소리를 하니까 기자회견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잊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내 친이계 의원들도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일단 자제하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선거를 앞두고 당내 갈등이 커지는 것은 지난해 총선에서 봤듯이 친이-친박 모두에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또 일부 의원은 박 전 대표 발언에 대해 "만약 그랬다면이라는 전제를 깔고 한 원론적인 얘기 아니겠냐"며 진화에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친박계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할 경우 무소속 후보인 정씨에 대한 선거운동을 하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며 "추가 문제 제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이번 논란 역시 당내 화합 차원에서 공천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어, 향후 양측의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편 박 전 대표와 이 전 부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 삼성동 공항터미널에서 열린 허태열 최고위원 차녀 결혼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허 최고위원과 인사만 한 뒤 바로 자리를 떠 미리 식장에 입장해 있던 이 전 부의장과의 조우는 불발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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