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참 화려했던’ 정치자금 발언록 돌아보니

노무현의 ‘참 화려했던’ 정치자금 발언록 돌아보니

기사승인 2009-04-08 17:43:01


[쿠키 정치] “게이트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2006년 8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강조했던 발언이다. 그랬던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 박연차 게이트의 정점에 서 있다. 도덕성을 무기로 한 각종 언변들은 ‘사기성 수사(修辭)’로 전락했다. 검은 돈과의 결별을 선언했던 노 전 대통령도 검은 돈의 덫에 걸려 구시대 정치인의 한명으로 역사에 새겨지게됐다.

노 전 대통령의 말잔치는 화려함과 신섬함 그 자체였다. 대통령 당선자 시절이던 2002년 12월 “이권 개입이나 인사 청탁을 하다 걸리면 패가망신시키겠다”고 했다. 또 “낡은 정치의 핵심은 돈”이라며 ‘구악’과의 차별화를 내세웠다.

2003년 2월 취임사에선 “부정부패를 없애야 한다. 사회지도층의 뼈를 깎는 성찰을 요망한다”고 선언했다. 같은해 5월 생수회사 장수천의 위장 매각 논란이 일자 “청탁이나 청탁의 대가를 수수한 일도 없었고, 부정한 정치자금의 거래 등 어떤 범법행위도 없었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로부터 5개월 뒤 측근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SK비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선 “축적된 국민 불신에 대해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며 특유의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다. 대선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그해 12월에는 “불법 대선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1이 넘으면 재신임을 받겠다”고 말해 수사가이드라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4년 3월에는 “성공한 분이 시골에 있는 별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며 노건평씨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던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을 공개비난했다. 남 전 사장은 얼마 후 자살했다.

불법정치자금에 대해선 늘 당당했다. “정치자금의 불투명성을 청산하기 위해 2년을 노력했다(2005년 7월)”고 했고, “당선축하금이라고 하면 대통령이 받아야 당선축하금이며 법대로 양심껏 대응하겠다(2007년 11월)”며 맞서기도 했다. 특히 2007년 11월에는 “새 집에 들어와서 새 살림 꾸미겠다고 생각했는데 쓰레기들이 많이 있어서 구시대의 막내 노릇, 마지막 청소부 노릇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노건평씨의 구속과 관련해 “동생의 도리도 있고 해서 사과하기 어렵다”고 버텼던 노 전 대통령은 4개월뒤 이젠 자신의 문제로 사과문을 내야했다. 마지막 청소부가 아닌 마지막 구시대 정치인이 된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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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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