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저처럼 녹색결혼식 해보세요”

김희정 “저처럼 녹색결혼식 해보세요”

기사승인 2009-04-09 17:39:01

[쿠키 사회] 처음엔 예물이 걸렸다. 지난해 몽골에서 본 금광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금 채취 과정에서 사용된 유독성화학물질들은 금광 주변의 땅과 물을 심각하게 오염시킨다. 또 좁고 깊은 굴 속으로 들여보내기 위해 어린 아이들을 인신매매하는 일조차 벌어진다. 다이아몬드도 마찬가지. 시댁에 예물을 받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

다음엔 예복이 문제였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드레스, 한복, 정장 등을 다 갖추자니 부담스러웠다. 평소에는 입지도 않는 옷들이다. 과감하게 생활한복을 선택했다. 복지관에서 무료강습을 받으며 직접 옷을 만들었다. 좀 모자란 부분은 강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니 그럴듯한 드레스가 됐다. 단돈 20만원에 신랑 신부 예복이 해결됐다.

그렇게 하나하나 따지다 보니 ‘녹색결혼식’이 됐다. 청첩장은 재생용지를 썼고, 하객선물로는 천연염색한 손수건을 준비했다. 결혼식장은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가능해야 했으므로 도심에 위치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웨딩홀(서울 종로5가)로 잡았다. 그래도 불편한 마음은 다 가시지 않았다. 축의금의 1%를 떼어 숲조성기금으로 기부했다. 결혼식 탄소상쇄금이었다.

녹색연합에서 간사로 일하는 김희정(32)씨의 결혼식 이야기다. 김씨는 지난 2월 말 두 살 연하의 회사원과 결혼했다. 김씨는 자신의 특별한 결혼식 이야기를 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연재하고 있다. 3월호부터 게재된 ‘녹색결혼도전기’가 그것이다. 김씨는 “정형화된 결혼식이 아니라서 어르신들이 어떻게 보실지 전날까지도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청첩장을 액자로 만들어 집에 걸어놓은 이가 있는가 하면, 생활한복 드레스를 자기 딸 결혼식에 빌려줄 수 있느냐는 이도 있었다. 결혼을 앞둔 주변 사람들의 문의도 많아졌다.

김씨가 녹색결혼식을 선택한 것은 환경에 대한 예민한 감각 때문이지만 경제적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시민단체 간사 수입으로는 평범한 결혼식조차 부담스럽다. 김씨는 “형식적인 것은 안 하는 대신 내용적으로 차별화된 결혼식을 선택했다”면서 “다행히 사람들은 우리의 결혼식을 초라함 대신 새로움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식사비를 제외한 결혼식 전체 비용은 200만원이 채 안 된다. 신랑 신부는 아낀 돈으로 양가 부모님께 옷 한 벌씩 해드렸다. 색다르면서도 친환경적인 결혼식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김씨는 재생용지 청첩장을 권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840쌍이 결혼하고 한 쌍이 평균 200장의 청첩장을 만든다고 할 때, 연간 1만3812그루의 나무가 청첩장을 위해서 베어지는 셈”이라며 “재생용지 청첩장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최근 배우 김혜수씨와 함께 재생용지 청첩장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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