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KBS 1TV ‘아침마당’ 진행자였던 이상벽씨(사진 오른쪽)는 2년 전 전업했다. 사진작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겠다며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한 것이다. 나이 육십에 내린 결단이었다.
“방송을 할 때는 아침 6시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었어요. 사진을 하면서부터는 5시에 일어납니다. 훨씬 더 바빠진 거죠.”
비가 내리던 20일에도 이씨는 현장에 있었다. 비가 오는 날 찍어야 겠다고 봐둔 나무를 찾아나선 것이다. 촬영을 끝내고 식당에 들렀다는 이씨는 전화기 너머로 가쁜 숨을 삼켰다.
“방송을 접은 후 20개월만에 2만 컷을 찍었어요. 다들 믿지 않으려고 하더군요. 어떻게 그 시간에 그 많은 사진을 찍었느냐는 거죠. 저는 거의 매일 사진을 찍으러 나갑니다. 사진가들 중에서 저처럼 일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사진은 제가 40년을 기다려온 일이예요. 그래서 저보고 취미로 사진을 한다고 하면 억울해요.”
이씨는 지금까지 개인전과 국내외 초대전을 합쳐 7차례 전시회를 가졌다. 사진도 꽤 잘 팔리는 편이라고 한다. 다음 달에 또 전시회가 있다. 홍익대 미대 동기인 이두식 홍대 교수(사진 왼쪽)와 함께 하는 ‘이상벽+이두식 전’(김영섭사진화랑·5월 6∼31일)이 그것이다.
이씨는 “이두식이라면 아시아권에서도 최고 아니냐”며 “사진전을 앞두고 굉장히 흥분해 있다”고 말했다. 홍대 미대 학장직을 연임한 이 교수는 미국 뉴욕의 유명 화랑에 전속될만큼 세계적 명성을 지닌 중진화가. 그런 이 교수가 공동 전시회를 제안한 것이다. 이씨는 “제가 찍은 사진 위에 이 교수가 페인팅을 한 작품들을 전시한다”면서 “사진+회화라는 형식은 아마 국내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시도가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주로 나무를 찍어왔다. 사실적인 사진을 만들던 초기와는 달리 요즘은 회화적인 이미지를 잡아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장노출을 통해 나무를 회화적으로 재조합하는 일”로 정의했다.
이씨는 “눈도 좋고 감성도 아직 살아있다”면서 “사진만 생각하면 피가 펄펄 끓는다”고 말했다. 그에게 사진은 누군가에게 나눠주는 봉사이기도 하다.
“이 나이가 되면 뭘 나눠줄 게 없잖아요? 그런데 사진은 줄 수가 있어요. 양로원이나 병원, 복지시설 같은 곳에서 제 사진을 보고 탐을 내면 제가 잘 나눠주는 편이예요. 친구들에게 선물할 수도 있고.”
전시회는 이씨의 나무 사진 20여점도 함께 선보인다(02-733-6331).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사진=김영섭사진화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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