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뿔났다’…외국인 조종사 고용 문제 때문

대한항공 조종사 ‘뿔났다’…외국인 조종사 고용 문제 때문

기사승인 2009-05-04 20:45:00


[쿠키 경제]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7일 회사 측의 외국인 조종사 증원 등에 항의해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2009년 임금·단체협상 결의 및 궐기대회'를 개최한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투쟁 조끼'를 입고 대규모 집회를 열기는 2005년 12월 파업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조합과 회사의 입장을 고려해 (지난해) 임금 동결 위임이라는 선택까지 하면서 노사관계를 발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우리의 노력은 모욕으로 돌아왔다"며 "7일 집회를 통해 회사에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4일 밝혔다.

대한항공 노사는 지난달 3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올 임·단협을 시작했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우선 외국인 용역 조종사 고용 문제에 대해 양측 입장 차가 크다. 2001년 노사 협상에서 합의한 '외국인 조종사 인력운영 약속 이행서'에 따라 2007년 12월31일까지 외국인 조종사 수를 25∼30% 줄여 212명 이하로 낮춰야 하지만, 사측은 오히려 규모를 늘려 현재 33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는게 노조 주장이다. 대항항공에서 일하는 외국인 조종사는 모두 해외 에이전시 소속이다. 이들은 매월 평균 1만5000달러 정도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급에는 에이전시 수수료도 포함된다.

조종사 노조는 외국인 기장, 부기장 채용이 늘면서 한국인 조종사들의 고용 안정이 위협받고 조종사를 지망하는 청년층 취업 문을 좁히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외국인 조종사 비중을 늘려 업계의 대표적 강성 노조로 꼽히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를 길들이려 한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사측은 "내국인 조종사를 우선 확보하려 하지만 국내 인력이 부족해 부득이하게 외국인 조종사를 채용하고 있다"며 "특히 고용과 관련된 문제는 인사·경영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노사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측은 또 한국인 조종사에게 제공하는 의료비·학자금·퇴직금 등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면 평균 임금 수준은 외국인과 한국인 조종사 간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 청사 2층에 있는 조종사 운항준비실 이전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운항준비실은 조종사들이 출근한 뒤 유니폼을 갈아입고 각종 비행관련 정보를 검토하는 장소로, 조종사들은 통상 운항시간 1시간30분 전까지 이곳에 도착해 비행 준비를 한다. 회사는 운항준비실을 활주로 옆 객실승무원운영센터(COC)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달 9일 이 문제를 협의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사측에 보냈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항준비실이 COC로 이전되면 조종사들의 출근 시간이 현재보다 30분∼1시간 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노조는 추산한다. 노조는 이 방안이 일방적으로 추진될 경우 전 조종사가 참여하는 준법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그러나 사측은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 간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한 조치로 이를 거부하는 것은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조종사들의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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