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우리 경제가 환율 착시에 빠졌다. 매출증가율 등 일부 경제지표들도 환율 효과를 제거하면 상당히 심각한 상태다. 정부도 외형적 실적과는 달리 내용을 따져보면 우리 경제가 침체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최근 환율 급락으로 수출 기업들은 새로운 위기에 직면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환율 하락에 대비한 경영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10일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의 경영성과 비교’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의 실적이 다른 국가에 비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환율 효과’를 제외하면 성장성과 수익성이 극히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환율 요인을 반영한 국내 기업(포보스 선정 세계적 기업에 포함된 국내 비금융기업 44개 기준)의 매출증가율은 2007년 13.2%에서 2008년 24.3%로 2배나 높다. 하지만 환율 요인을 제거하면 매출증가율은 2007년 16.4%에서 2008년 5.1%로 급락한다. 일본은 같은 기간 5.6%에서 14.4%로 크게 높아졌고, 유로지역은 17.0%에서 13.1%로 소폭 낮아졌다.
특히 수익성 지표는 더 나쁘다. 환율 요인을 제거할 경우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07년 7.2%에서 지난해는 6.2%로 떨어졌고, 순이익률은 4.4%에서 21.1%로 반토막났다. 이 기간 원화는 달러화에 비해 15.5%가 절하(환율 상승)됐으며, 이를 외화 부채 및 외화 환산 손실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4분기 국내 기업의 매출증가율은 원화 기준으로 13.4%의 성장을 보였으나 환율 요인을 제거하면 -23.2%의 마이너스를 보였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영향이 컸던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의 실적을 통해 경기회복 신호를 포착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환율 효과 소멸이 위기 상황임을 알리는 경고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최저치인 1247원을 기록한 지난 8일 강호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사장은 월례사를 통해 “1분기 수출 회복세는 일시적인 환율 효과이며 1200원대로 떨어진 지금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한치 앞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전 사원이 위기 의식을 갖고 재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도 최근 계열사 사장단에게 “환율 착시에 빠지면 안 된다”며 “판매대수 등 환율을 고려하지 않은 지표를 기준으로 좋은 실적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 역시 임직원 간담회에서 “환율 효과가 사라지면 우리도 바로 위기에 처할 것”이라면서 “회사에 큰 어려움이 닥쳤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진짜 위기”라고 우려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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