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엔화마저 약세다. 우리 기업은 이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일부 기업은 워 룸(War Room)까지 설치했다. 물론 원자재 수입 등 외화 지출 비중이 큰 철강, 항공업계는 환율 하락을 반기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수요정책 포럼에서 “환율이 안정되면 기업 채산성이 상당 폭 악화될 수 있다”면서 “수출감소에 인한 기업의 재무구조 및 수익성 악화로 부도가 많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경우 위기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관합동으로 수출 전략 수정에 착수했다. 수출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는 14일 이동근 무역투자실장 주재로 수출 관계기관 회의를 연다. 무역협회와 코트라, 업종별 단체가 참여, 업계의 애로사항을 듣고 수출 전략을 다시 짜는 자리다. 무역협회는 대정부 건의안을 작성키로 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7월까지는 매달 무역흑자가 40억∼50억원씩 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8월 이후 전망은 좋지 않다”면서 “원·달러 환율 1200원 선이 깨질 가능성이 커 정부와 기업이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협 관계자는 “상당수 수출기업들이 원화 강세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면서“정부의 환율시장 직접 개입보다는 수입 원자재에 대한 관세 및 부가가치세의 일시적 하향 조정이나 설비투자 관련 조세부담의 축소와 같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동안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도 그동안 우리나라가 버틸 수 있었던 것도 고환율을 배경으로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의 수출이었다. 최근 삼성증권이 92개 주요 상장사를 대상으로 환율 변화에 따른 2분기 실적 변동폭을 조사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서 1200원으로 떨어지면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12%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약세 역시 수출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을 위협한다.
주요 수출 기업들은 “아직까지는 견딜만 하다”면서도 추가 하락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대체로 하반기 평균 환율을 1100∼1200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환율이 1200원 아래로 떨어지면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라며 “고강도 원가 절감과 물류 효율화, 구매 합리화를 통해 추가적인 환율 하락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나 엔화로 받은 수출 대금을 원화로 바꾸지 않고 보유하다 수입 물품 대금 결제에 쓰는 ‘환 매칭’도 환차손을 줄이는 방안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본사에 워룸(War Room)을 차려놓고 환율 동향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수입시 달러 결제를 늘리고 수출할 때는 다른 통화로의 결제 비율을 높이는 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연간 매출 2000억원(현대차 1200억원, 기아차 800억원)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환율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차량 생산비용 절감과 해외 생산분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현대차가 해외 법인에서 만들어 판매한 차량은 12만5364대로 국내 생산분 판매량보다 5.8% 많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도 지난 12일 자동차의 날 기념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환율 변동 폭이 심하기 때문에 원가 절감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천지우 지호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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