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면서도 줄줄이 ‘외국행’…국외여비 삭감은 ‘글쎄’

눈치보면서도 줄줄이 ‘외국행’…국외여비 삭감은 ‘글쎄’

기사승인 2009-05-17 18:06:00

[쿠키 사회] 경제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16개 광역지자체 중 13곳이 해외연수·출장비를 전년도 지출액보다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각 시·도의회가 2009년 공무국외여비 예산을 확정한 시기는 전 세계적으로 경제위기가 고조에 달한 지난해 12월. ‘세금으로 관광간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줄줄이 외국행=지난 8일 서울시의회 건설위원회 의원 7명이 뉴질랜드의 도시건축물과 수력발전소 등을 살펴보기 위한 해외시찰을 다녀왔다. 싱가포르까지 포함해 방문 일정은 총 8박9일이었다.

건설위에 이어 6월에는 환경수자원위원회가 해외에 나갈 예정이다. 앞서 1월에는 행정자치위원회가 7박9일 일정으로 미국을 다녀왔고, 지난달에는 보건복지위원회가 독일·스페인 등을 방문했다. 각각 ‘선진도시 비교시찰’ ‘선진국 장묘문화 및 사회복지제도 실태파악’이 목적이었다.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지난해 공무국외여비로 쓴 돈은 총 1억6320여만원. 올해는 이보다 54%가량 늘어난 2억5077여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대구·울산시의회와 전남·제주도의회 의원 일부도 올 들어 일찌감치 외국을 다녀왔다. 대구시의회 의원 2명은 각각 3, 4월 호주·뉴질랜드와 일본을 다녀왔고, 건설환경위 소속 3명이 24일 유럽으로 해외시찰을 떠날 계획이다. 울산시·전남도의회도 각각 의원 2명이 일본과 중국·이스라엘을 다녀왔다. 제주도의회는 총 9명이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캄보디아를 돌아봤다.

전남도의회의 경우 올해 공무국외여비 예산이 1억2200만원으로 서울, 충남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그러나 전남도는 재정자립도가 19.4%로 16개 시·도 가운데 꼴찌다. 충남도의회는 지난해 공무국외여비 미집행분 6840만원을 올해 예산에 반영해 논란이 예상된다. 전년도에 미집행된 예산은 원칙적으로 불용액 처리되기 때문이다.

도의회 관계자는 “올해 예산에 지난해 미집행분을 합쳐 국외여비가 총 1억6000여만원”이라며 “지난해 못 쓴 돈을 올해 이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기도, 경남·북도, 충북도는 삭감행보=반면 경기도와 경남도의회는 올해 해외연수·출장 예산을 삭감편성했다. 특히 경기도의회는 지난해 지출액보다 86%나 줄였다.

이태순 도의회 한나라당 대표의원은 “나라도 어려운데 우리가 솔선수범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며 “공무국외여비를 삭감편성한 것은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1995년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경남·북의회도 올해 국외여비 예산 20, 30%를 떼내 도청에 일자리 창출에 써달라고 내놨다.

충북도의회는 지난 2월 추경예산 때 10%를 감액했다.


◇삭감 계획은 “글쎄”=앞으로 한 두차례 예정된 추경예산 때 국외여비를 삭감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방침을 밝힌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시·도의회 관계자들은 “의원들이 결정할 문제로 아직 그런 논의는 없다”며 “경제상황을 보면서 하반기쯤 나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각 시·도의회는 올해 공무국외여비 예산에 대해 “행안부의 예산편성기준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의원 1인당 연간 편성한도액(의장·부의장 250만원·의원 180만원)과 30% 추가편성 지침에 맞춰 예산을 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기준경비일 뿐이다. 행안부가 정한 범위 내에서 얼마든지 지자체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편성할 수 있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은 “전국 16개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가 50%대를 밑도는 상황에서 해마다 수천만원씩 해외연수 비용을 지출하는 건 사회적으로 큰 낭비”라며 “의정활동 목적에 맞게 예산이 쓰이도록 주민소환제 등의 견제가 보다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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