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사전학 박사 부부가 3년간의 공동작업 끝에 영한사전을 펴냈다. 정영국(52)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교수와 부인 조미옥(50) 박사가 그 주인공. 최근 시판되기 시작한 ‘옥스포드 영한사전’(옥스포드대학출판부)이 이들 부부의 합작품이다.
‘옥스포드 영한사전’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혼비 영영사전’ 최신판(7판)을 영한사전으로 번역한 것이다. 조 박사는 하루 10시간 이상씩 3년에 걸쳐 번역작업을 했다. 사전 편찬은 보통 여러 명이 분담해서 하는 게 관례지만 일관성을 위해 조 박사 혼자 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A4용지 9000장 분량의 원고를 남편인 정 교수가 세 번 퇴고하고 컴퓨터로 직접 편집했다. 정 교수는 “그동안 국내 영한사전 편찬 시 관행처럼 돼 왔던 일본어판을 통한 중역 과정을 완전히 탈피했다”며 “영어판에서 우리말로 직접 번역함으로써 기존 영한사전들이 안고 있던 많은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가 언급한 “기존 영한사전들의 오류”는 이들 부부가 새로운 사전 만들기에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부부는 2003년 한 교육잡지에 ‘대응어에 나타난 영한사전의 오류’를 8회에 걸쳐 연재하기도 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영한사전은 실생활에 쓰는 말을 대응어로 연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 국어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말이 영한사전에 들어가 있는가 하면, 잘못된 우리말, 혹은 이런저런 대응어를 투망식으로 무책임하게 던져주는 경우도 적지않다.
예를 들어, ‘블러프(bluff)’라는 단어의 경우 기존 영한사전에서 찾아보면 ‘무뚝뚝한’ ‘퉁명스러운’ ‘예의없는’ ‘솔직한’ 등의 번역이 나온다. 그러나 정 교수에 따르면 가장 적절한 말은 ‘화통한’이다. ‘스트링이(stringy)’라는 단어 역시 ‘(아주 여위어서) 힘줄이 다 드러나는’의 의미지만, 영한사전에서는 ‘아주 여위어서’라는 의미가 쏙 빠진 채 ‘체격이 늠름한’ ‘힘줄이 단단한’ ‘근골이 튼튼한’ 등으로 잘못 번역돼 있다.
정 교수는 “초기에 만들어진 영한사전들이 영일사전을 베꼈으며, 한 번 잘못 만들어진 사전들이 오류를 수정하지 않은 채 신조어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개정돼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상대 영어교육과 선후배 사이로 영국 엑시터대학교에서 함께 사전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부부는 ‘BBI 연어(連語)사전’과 ‘콜린스 코빌드 영영한사전’을 공동 편역하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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