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리는 특허분쟁 실태
지식경제부 무역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기업 중 약 28%가 특허 소송을 포함한 지적재산권 침해로 피해를 입었다. 올 초 무역위원회가 1049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294개(28%)업체가 총 1665건의 피해를 당했다. 업체당 5.7건 꼴로 피해를 당한 셈이지만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허 소송에 따른 기업간 분쟁은 주가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 기업들마다 드러내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국제적 특허분쟁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기술이 복잡해지고 합쳐지고, 혹은 다양해지면서 업체 간 부딪힐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인 발광다이오드(LED) 업체인 서울반도체는 4년 전부터 일본 니치아화학공업과 LED칩, 패키징 디자인 등 LED 원천기술특허 분쟁을 벌였다. 양측은 최근 특허를 공유하기로 합의해 특허 소송은 일단락됐지만 국제특허소송으로 인해 5000만달러(650억원)에 이르는 소송 비용이 들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쏟아부은 셈이다.
올해 1월 일본 도쿄 지방법원은 샤프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LCD TV 특허 소송에서 자국기업의 손을 들어줘 일본내 수입판매를 금지시켰다. 미국의 월풀은 지난해 1월 LG전자가 자사 특허 5건을 침해했다면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LG전자 냉장고의 미국내 판매금지 소송을 냈으나 최근 패소했다.
성경애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 해외보호팀장은 “동종 업체들간의 기술적 격차가 줄어들기 때문에 분쟁의 소지가 많아질 수 밖에 없다”면서 “국내 업체들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과 해외기업들 간의 특허분쟁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은 ‘특허 괴물(Patent Troll)’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냈다. 특허괴물은 생사활동 없이 오로지 특허권만을 보유한 채 특허권만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 또는 개인을 일컫는다.
특허분쟁에 목숨거는 기업들, 왜
최근에는 경기침체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이에 따른 수익증대 차원의 로열티 확보와 동종분야 타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견제할 목적으로 특허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서는 국제 특허분쟁에 휘말리게 되면 자칫 도산위기로 몰릴 수 있어 치명적이다.
특히 기술이 생명인 전자업체들의 특허관리에 대한 업무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 영역이 넓어지면서 해외 경쟁사의 견제가 늘어 특허 관련 소송 규모(금액 및 종류)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기업의 존폐가 걸려있는 만큼 기업 입장에선 당연히 적극적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변호사와 변리사 등 특허전담 인력을 최근 4년 동안 배 이상으로 강화했다. 자체적으로 ‘특허 경영’을 선포한 2005년 250여명이던 특허전담 인력이 지난 3월말 현재 500여명에 이른다. 특히 올 초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타결의 주역인 김현종 전 UN대사를 글로벌 법무 담당 사장으로 영입해 특허소송 등 지적재산관련 업무를 총괄케 하는 등 특허분쟁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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