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안에 2개팀 더 생겨야…현역 은퇴후엔 리틀 야구단에 전념 하고파”
[쿠키 스포츠] 하일성(61)씨는 지난 3년간 KBO(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으로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랬던 그가 총장 자리에서 물러나자마자 잠적했다. 신임 이상국 사무총장을 둘러싼 이런저런 논란에 말을 섞고 싶지 않아서 였을까. 그는 휴대전화마저 버리고 설악산 등을 돌며 20여일을 혼자 지냈다. 서울로 돌아온 하씨를 지난 20일 서울 오륜동 올림픽공원에서 만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설악산에도 가고, 경북 영주의 암자에도 있었다. 4월30일 총장직을 그만두고 떠나서 한 20일 가 있었다. 휴대전화도 다 끊고. 마음도 정리할 겸 난생 처음으로 한가한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굉장히 쫓기며 살았다는 느낌이 들더라. 사실 서울에 있는 게 불편했다. 선수협의회를 뒤에서 조정한다는 오해도 받았고."
-후임 총장으로 이상국씨가 선임된 것을 놓고 아직까지도 찬반논란이 뜨겁다.
그 얘기는 하지 않겠다. 그래서 그동안 인터뷰도 피해왔던 거다. 할 말이야 많지만 하지 않겠다. 물러나는 사람은 조용히 가야 한다. 잘못하면 넋두리가 되지 않겠느냐. 가장 좋은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총장으로 보낸 지난 3년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총장이 돼서 320만이던 관중숫자가 400만, 500만까지 올랐고 올해 600만명을 바라보게 됐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땄고,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까지 진출했다. 타이틀 스폰서 3년 계약도 땄고. 총장으로서 행복한 시간 보냈다."
-총장이 되면서 꼭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을텐데.
총장 됐을 때 기자들이 묻더라. 왜 골치 아픈 일을 맡았느냐고. 그래서 내가 '나 이거 하고 싶어서 했다'고 대답했다. KBO 총장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야구의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다. 선수협과 구단의 관계를 풀고, 운동장 현대화하고, 돔구장 짓고, 새로운 팀 창단하고, 이런 걸 꼭 하고 싶었다. 그러나 힘이 부쳤다."
-임기를 끝냈는데 아쉬움은 없나?
돔구장이 우선이 아니고 대구 대전 광주의 야구장을 현대화하는 게 먼저라는 게 내 지론이었다. 그걸 못한 게 가장 아쉽다. 또 선수협과 구단의 관계를 좀더 친밀하게 만들지 못한 것도 실책이다. 나는 선수협과 가까웠다. 구단들로부터 '선수협 사무총장이냐'는 얘기도 들었다. 처음엔 어렵더라도 선수협과 구단은 자꾸 만나서 대화해야 한다."
-돔구장은 어떻게 되나?
돔은 KBO가 혼자 애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결정해야 할 일이다. 돈이 3500억원씩 들어가는 일이다. 동기 부여는 우리가 해줬다고 본다. 올림픽 금메달 땄고 WBC 준우승 했으니까."
-총장 재임 기간에 한국 야구가 빛나는 성적을 거뒀다.
도하아시안게임(2006년)에서 우리가 실패했다. 그때부터 내가 다시 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실 도하의 패배가 베이징올림픽과 WBC의 성과를 가져다 준 거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기술위원회 만들고 상비군 만들고 그랬다. 그런데 국내 야구 인프라가 형편없는 가운데 이뤄진 성과라서 좀 서글프기도 하다. 내가 KBO에 남아있었다면 프로야구 운영을 확장 쪽으로 가느냐 내실로 가느냐 놓고 깊이 고민했을 것이다. 그걸 결단할 시점이 됐다."
-제9구단이 언제쯤 생길 지도 관심이다.
적어도 3년 안에 두 팀은 더 생긴다고 본다. 내가 총장일 때도 계속 작업을 했고 몇몇 기업으로부터 긍정적인 대답도 들었다. 히어로즈도 굉장히 좋은 모델이다. 흑자가 목표인 야구단 아니냐. 우리 프로스포츠가 가야 할 길이 그거다."
-최근 마해영 선수가 회고록에서 프로야구 선수들의 약물복용설을 거론했는데.
마 선수가 잘 썼다고 본다. 일시적인 아픔이 있겠지만 스테로이드는 사람의 생명까지 위험하게 할 수 있다. 한 번 지적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더는 숨기지 말고 노출시켜서 대책을 강구하는 게 좋다고 본다."
-앞으로 해설자로 복귀하나?
어차피 나는 야구를 떠날 수는 없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3년 정도 더 해설을 하고 싶다. 현재 복수의 방송국과 협의 중이다. 현역에서 은퇴한 다음에는 마지막 일로 리틀야구에 전념할 생각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사진= 홍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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