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필생의 과업’이었던 지역주의 타파는 생전에 큰 결실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빈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지역주의는 없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조문객들은 빈소 옆 주차장에 설치된 천막 아래서 자리를 지키며 고인의 삶을 회고했다. 지역주의 타파라는 소신을 지키기 위해 낙선을 거듭하는 험로를 마다하지 않았던 ‘바보 노무현’ 얘기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조문객들이 빼놓지 않는 화제였다. 인천에서 온 주부 성주희(53)씨는 “노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어려운 길을 걸어 더 마음이 안쓰럽고 아프다”고 했다. 부산에서 조문 온 서한수(60·회사원)씨는 “노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연패한 뒤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지역감정이 많이 해소된 것은 사실”이라며 “없는 사람 편에서 생각하는 지도자여서 지역을 떠나 그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에는 영·호남이 따로 없었다. 전남 고흥에서 온 신행호(66)씨는 “귀향해서 사는 모습이 나와 닮았다”며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데 힘쓴 노 전 대통령에 존경을 표하고자 먼길을 달려왔다”고 말했다. 김해 진영에 사는 김연옥(50·회사원)씨는 “많은 국민들이 하나 되어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것을 보니 모처럼 대한민국은 진짜 한 가족인듯 느껴진다”며 “앞으로 이런 모습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역주의, 당파주의 타파에 온 몸을 던진 노 전 대통령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자영업자인 구건조(49·경남 진해)씨는 “이제 지역주의에 휩쓸려 당을 보고 찍는 시대는 지났다”며 “지역에 상관없이 소신있는 대통령이라면 노 전 대통령처럼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태국에서 급하게 귀국한 이상재(34)씨는 “경상도에 등장한 민주당 출신이어서 처음엔 거부감 있었지만 그의 연설을 듣고 철학을 알고 나니 지역에 대한 편견이 무뎌졌다”면서 “한 사람의 지도자가 평생을 그렇게 바랐던 지역주의 극복이 여기 봉하마을에서 이뤄지는 것 같아 애통하면서도 한편으론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새벽 빈소를 찾은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는 “지역주의 청산을 위한 그의 노력을 잊어서는 안된다”면서 “조문객들이 지역을 뛰어넘어 봉하로 모였듯 이 열기를 민주주의 발전으로 승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권지혜 기자
jhhan@kmib.co.kr
▶뭔데 그래◀ 일부 노사모 회원들의 조문 저지 어떻게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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