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미국 애플사가 내년 상반기 중 저가 태블릿PC로 최근 급성장 중인 넷북시장에 뛰어든다. 넷북은 노트북 PC보다 사양이 낮은 대신 휴대성이 뛰어난 미니노트북. 태블릿PC는 키보드나 마우스 대신 펜으로 조작하는 소형 PC다. 애플이 MP3플레이어 ‘아이팟’ 시리즈처럼 혁신적인 소형 PC를 선보일 경우 넷북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미 증권사 파이퍼 재프레이는 애플이 7∼10인치 화면의 태블릿 PC를 500∼700달러(63만∼88만원) 가격으로 내년 상반기 안에 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경제지 포브스가 26일 전했다. 화면 크기나 가격대가 넷북과 겹친다. 인터페이스 측면에선 태블릿 PC가 넷북보다 진화한 형태다. 따라서 이 전망대로 제품이 나온다면 넷북을 사려는 소비층에 크게 어필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퍼 재프레이의 진 먼스터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태블릿 PC를 통해 기존 노트북 시장을 잠식하지 않으면서 넷북의 결점인 낮은 수익성을 극복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MP3플레이어 시장이 열렸을 때 바로 뛰어들지 않고 몇 년 지켜본 뒤 2001년 아이팟을 내놓아 대성공을 거뒀다. 2007년에 나온 스마트폰 ‘아이폰’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태블릿 PC 출시설 역시 넷북 시장에 대한 애플식 대응으로 보인다. 투자회사 펀드-IT의 찰스 킹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경쟁사들에게 시장 선점을 허용한 뒤 실패 요인을 보완한 제품을 내놓는 전략을 잘 구사한다”고 말했다.
넷북은 PC 시장의 최대 격전장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저가 제품이 주목받으면서 넷북은 기존 PC의 보완재가 아닌 대체재로 떠올랐다. 노트북보다 마진이 낮아 넷북에 심드렁하던 대기업들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속속 넷북 대열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HP, 델,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도시바, 레노버 등이 모두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1분기 넷북 출하량이 59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6%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일반 노트북 출하량이 2440만대로 19%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전체 노트북시장에서 넷북이 차지하는 비중도 2.9%에서 19.5%로 치솟았다.
각국의 이동통신회사들이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와 넷북을 묶어서 팔고 있는 것도 넷북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미국 AT&T, 영국 보다폰, 독일 T모바일, 일본 NTT도코모 등은 자사 데이터 요금제 가입 조건에 따라 넷북을 무상 또는 싼 가격으로 제공한다. 국내에선 KT가 와이브로와 넷북을 결합한 상품을 팔고 있으며 SK텔레콤도 조만간 와이브로 전용 넷북을 대리점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통 서비스가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와이브로와 찰떡 궁합인 넷북은 이통사업자 입장에선 데이터 매출을 늘리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윈윈(win-win)형 단말기”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