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삼남 정운(25)이 권력 승계에 성공한다면 북한 체제는 어떤 모습이 될까?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이후 체제는 최고 지도자의 권력이 현재보다 약화되는 반면 핵심 파워엘리트의 권력이 상대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정운의 정치적 위상은 김 위원장을 따라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은 오랜 기간 숙부 김영주와 이복동생 평일 등 정적을 제거하면서 권좌에 가까이 간 반면 정운은 특별한 권력투쟁 과정 없이 김 위원장의 지명으로 후계자가 됐기 때문이다. 승계 과정의 차이는 후계자에 대한 지지 기반의 약화를 의미한다.
최고 지도자의 권력 약화는 주변 핵심 세력의 상대적 부상으로 연결될 공산이 크다. 김 위원장 1인 중심의 현 철권 통치에서 주변부의 권력 분점 구조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북한의 제2인자로 불리는 장성택 당 행정부장과 정운의 핵심 지지파 이제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등이 분점 구조의 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권력 이완이 정치 체제 급변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의 현 권력층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노선과 정책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정운은 유명한 농구 일화에서 보듯 강한 리더십과 승부욕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김 위원장처럼 무난히 권력층을 관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측근들을 주변에 두면서도 경쟁을 유도해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에 따르면 정운은 어린 시절 군복을 입었다. 2002∼2007년 군 간부 양성기관인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특설반에서 '주체의 영군술' 등 군사학을 공부했다. 선군정치의 중요성을 익힌 정운이 오 부위원장 등의 지지를 업고 군을 장악하는 데도 능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운은 모친 고영희가 김 위원장과 함께 국가 정책과 관련된 보고서를 검토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비교적 빠르고 능숙하게 국정 장악에 나설 수도 있다.
정운 체제에서 북한의 개혁과 개방이 진전될 가능성도 있다. 정운은 어린 시절 모친 고영희와 김 위원장 전용기 '216호'를 타고 유럽과 러시아 여행을 자주 다녔고,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발달된 서구 문화에 호의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의 후계 구도 확립을 총괄하는 장 부장 역시 개혁과 개방에 긍정적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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