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한나라당 지도부가 용퇴를 촉구하는 당 쇄신파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했던 청와대 내부에서도 쇄신안에 대한 반대 입장이 다시 힘을 얻는 등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권 내 쇄신파와 반쇄신파의 '대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도부 쇄신안 '못 받는다'=박희태 대표는 7일 조기 전당대회 개최 논란과 관련해 "지금 전대를 하면 화합의 전대가 아니라 분열의 전대가 될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선 (조기 전대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쇄신파들이 요구한 조기 전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박 대표측은 "쇄신의 핵심은 친이와 친박간 화합"이라며 "화합이 전제된 후에야 전대를 개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류측 입장도 비슷하다. 여권 주류측 한 의원은 "청와대와 주류 내부에서는 대폭 개각과 함께 당 쇄신안을 받아들여 민심을 수습하는 방안을 한때 검토했으나 주말을 거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주류측 검토 방안에는 박 대표 2선 후퇴안,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회동 등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류 내 '강경파'들이 반발하면서 기류는 바뀌었다. 강경파들은 구체성이 결여된 쇄신안을 받아들일 경우 쇄신파들에게 밀렸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데다 친박 진영과의 화합은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원희룡 쇄신특위 위원장의 중립성에 대한 의문도 가지고 있다. 당초 주초로 예정했던 당 소속 의원들의 청와대 만찬이 불투명해진 것도 이 같은 기류 변화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다.
◇8일 대격돌 분수령=일단 8일이 새로운 쇄신 논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쇄신파는 8일까지 당 지도부가 사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9일부터 곧바로 행동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쇄신파 의원들은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는 연판장 돌리기, 당사 및 국회 내 천막농성, 청와대 및 당 지도부에 대한 공개질의서 발송 등 다각도의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 쇄신특위 위원장도 8일 최고위원회의에 직접 참석,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고 지도부의 결단을 거듭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변수는 있다. 우선 지도부 중 한명인 정몽준 최고위원이 조기 전대 찬성 입장을 밝혀 조기 전대에 부정적인 지도부가 균열될 가능성이 있다. 정 최고위원은 "화합책이 나올 때까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무책임하다" "국민과 당원의 뜻에 부응해야 한다"며 박 대표의 선 화합론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도 조기 전대에 참여하는 게 좋다"던 입장을 바꿔 "준비가 안됐다면 준비가 된 분들이라도 전대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양측이 접점을 모색할 수도 있다. 당 일각에선 지도부가 쇄신파에 '10월 재·보선 이전에 전대를 실시하되 그때까지 현 체제를 유지한다'는 식의 의사를 타진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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