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쇄신 요구에 처음으로 대답을 내놨다. 15일 전국에 방송된 17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다.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내용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국내 현안과 관련한 메시지를 많이 담았다.
◇인적쇄신 임박했나=이 대통령은 민심을 경청하고 있음을 설명하는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청와대 홈페이지도 꼼꼼히 챙겨 보고, 언론과 여론도 경청한다고 했다. 이는 촛불시위가 절정이던 지난해 6월19일 특별 기자회견에서 밝힌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다”는 문장을 연상시킨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한 민심의 동요와 국정 쇄신 요구 등을 잘 알고 있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이어 해법 마련을 위해 숙고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미국 순방을 마친 뒤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판단해 나가겠다”는 대목은 결정이 임박했음을 시사한다. 그래서 개각과 청와대 개편 등 여권 인적쇄신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개각이 ‘깜짝 쇼’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장고 모드를 연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근원적 처방, 뭘까=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3대 병폐로 이념과 지역에 따른 민심의 분열, 권력형 비리와 부정 부패, 정쟁을 거듭하는 정치문화를 지목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고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증요법보다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근원적 처방’이라는 원론적 문구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금까지 이 대통령이 한 라디오 연설 중에서 가장 ‘숨은 그림’이 많은 연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친박(親朴) 세력은 물론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친노(親盧) 세력까지 껴안는 대화합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또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정계개편, 행정구역 개편 등이 거론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검토될 뿐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개헌과 정계개편은 너무 많이 나갔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쇄신 요구에 대해 정치 선진화라는 카드로 대응했다. 눈앞에 보이는 쇄신작업도 중요하지만, 지역주의 타파와 권력형 비리 근절 등 중장기적인 프로그램 마련에 더욱 치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의도식 정치에 염증을 느낀 이 대통령이 선진화된 정치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하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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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그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재 발언 어떻게 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