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제트폰은 없다…이익에 눈 먼 이통사, 소비자 선택권 제한

한국에 제트폰은 없다…이익에 눈 먼 이통사, 소비자 선택권 제한

기사승인 2009-06-18 17:48:01


[쿠키 경제] 최첨단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가 쏟아지고 있지만 국내 이용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해외 판매 휴대전화 단말기에 있는 일부 기능이 국내 시판 제품에는 빠져 반쪽짜리 제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조사측은 지역별 특화전략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통통신사들의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개한 글로벌 전략폰 ‘제트’를 국내에는 출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대신 제트와 디자인은 같지만 사양이 다른 풀터치폰을 다음 주 국내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삼성전자 측은 “해외와 시장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국내에 특화된 제품을 선보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판 제트’는 해외 제트보다 WVGA(800x480픽셀)급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화면이 더 커지고 지상파 DMB 등 일부 기능이 추가된다. 하지만 자체 개발 웹브라우저 ‘돌핀’과 와이파이(무선랜), 동영상 포맷인 디빅스는 빠질 것으로 알려졌다.

내수용 휴대전화 사양이 해외 모델과 달라지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최근 국내 출시된 삼성전자 ‘울트라햅틱’에는 해외 모델(울트라터치)에는 없는 DMB와 제스처 사용자환경(UI)이 추가됐으나 디빅스와 GPS는 빠졌다. 20일 국내 시판되는 LG전자 ‘아레나’는 DMB를 넣으면서도 출고가를 수출용보다 15만원 낮췄지만 와이파이와 GPS는 제외됐다. LG전자 최고가폰 ‘프라다2’도 국내 모델의 사양이 전반적으로 개선됐으나 와이파이는 빠졌다.

내수 제품에 일부 기능이 누락되는 것은 단말기 시장을 주도하는 이통사들의 이해관계와 관련이 깊다. 데이터요금 등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이통사의 요구에 따라 단말기 사양이 바뀐다는 얘기다. 일례로 와이파이가 탑재되면 무선랜이 설치된 모든 지역에서 무료로 인터넷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이통사 전용 무선인터넷에 접속할 필요가 없어진다. 애플의 세계적 히트상품인 아이폰이 아직도 국내에 못 들어오는 것도 와이파이를 둘러싼 서비스 현지화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선 “이통사 이익 때문에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자 커뮤니티 ‘세티즌’의 한 회원은 “데이터요금을 뺏길까봐 IT 후진국으로 역주행한다”며 “제트폰이나 아이폰을 쓰려면 해외에 나가 살아야 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이통사 관계자는 “제조사와 단말기 사양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통사 요구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하면서 “사용 지역이 한정된 와이파이보다 전 지역을 커버하는 이통사 무선인터넷이 소비자 입장에서 더 낫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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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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