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1초 경영.’
한국전기안전공사의 경영 지침이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임인배 사장의 경영 철학이기도 하다. 정전 사고가 일어나면 사람들은 한국전력공사를 찾지만 현장에는 한국전기안전공사 직원들이 달려온다. 한전이 전력 공급자라면 전기안전공사는 전기시설물 안전관리자다. 안전관리를 위해선 유사시 1초라도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
◇철밥통은 이제 옛말=임 사장은 29일 “1초 경영이란 단순한 시간 단축을 넘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고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한 발 빠르게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3년 임기 내 1초 경영으로 세계 최고의 전기안전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1초 경영 혁신추진위원회’를 만들어 208개 혁신과제와 구체적 실천방안을 마련했다. 경영혁신, 인재양성, 신성장동력 창출, 근무환경 개선 등 전기안전공사가 올해부터 추진 중인 모든 혁신 업무가 208개 과제에 들어 있다.
우선 전기안전공사는 ‘철밥통’, ‘신이 내린 직장’과 같은 부정적인 공기업 꼬리표를 떼어내는 데 착수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기업 선진화의 일환으로 연말까지 직원 10%(289명)를 감축할 계획이다. 근무성적 하위 3%를 집중관리하며 상시적 퇴출제도를 가동하고 있다. 해당 직원은 3개월 간 교육을 받은 뒤에도 평가 결과가 부적격으로 나올 경우 즉시 퇴출된다. 과거 감봉 정도의 경미한 징계로 덮기 일쑤였던 부실·허위 점검 사례도 퇴출 대상이다.
‘무사안일 직원’은 과감히 퇴출시키되 청년실업 해소 차원에서 신규 고용은 늘리고 있다. 전 직원 성과상여금 15% 반납과 신입사원 연봉 조정을 통해 당초 채용 계획인 45명보다 27명이나 많은 72명을 뽑았다. 하반기엔 임직원 임금 반납분(3∼5%)으로 청년 인턴 60여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국내 기술력 해외 수출 시동=임 사장은 “국내 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줄이면 전기안전공사의 일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해외 수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앙골라 등에 있는 우리 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의 공장에 대해 안전진단을 실시했다.
또 오만 석유화학 플랜트 설비, 남극 세종기지, 나이지리아 원유시추선 등으로 안전진단 사업을 확대해가고 있다. 최근엔 베트남전력공사의 요청으로 기술인력 3명을 베트남에 파견해 전기안전 기술력을 전수했다. 현재 4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전기안전공사로서는 해외 사업이 가장 절실한 신성장동력이다.
◇서민 대상 서비스 강화=전기안전공사는 공적 기능을 담당하는 기업답게 서민 대상 서비스 강화를 올해 역점 사업 중 하나로 삼았다. 일부 저소득층만 해당되던 ‘스피드콜’ 서비스 대상을 농촌 및 사회복지시설로 확대할 계획이다. 스피드콜은 저소득층의 전기시설에서 고장이 발생했을 때 긴급 출동해 처리해주는 ‘전기 119’ 서비스다.
재래시장의 전기설비 개선에도 적극 나선다. 재래시장은 전기 관련 화재가 자주 발생하지만 영세상인들이 자비를 들여 시설을 고치기는 어려운 실정이어서 전기안전공사가 공사비를 전액 지원키로 했다. 또 영·유아 보육시설과 농어촌 독거노인 거주지, 각종 축사의 취약 전기설비 개선에도 힘쓸 방침이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돕는 일도 공사 업무 중 하나다. 2만4000호에 달하는 전기안전관리 대행 계약고객에 대해 올해 수수료(35억원)를 동결해 중소기업의 자금부담을 더는 데 일조했다. 또 정전 발생시 24시간 긴급출동하는 ‘비즈니스콜’ 서비스를 개발해 중소기업의 원활한 생산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임 사장은 “정부가 세운 공기업은 국민들의 힘든 곳을 도와줘야 한다”며 “국민과 맞닿은 곳에서 일하면서 국민들이 꼭 필요로 하는 공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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