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사막에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지난 22일 오후 5시쯤 카타르 수도 도하 남쪽 40㎞ 떨어진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 메사이드 산업단지. 현대건설이 짓고 있는 비료공장(QAFCO-5) 공사 현장에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봄 1악장 알레그로 선율이 퍼졌다.
공사 현장 온도는 45도. 현장에 발을 디딘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하지만 6000여명의 현장 근로자들은 살갖을 뚫을 듯 강렬한 태양열과 따가운 모랫바람을 피하기 위해 안전모와 두건, 선글라스로 중무장한 채 작업에 여념이 없다.
갑자기 공사 현장 곳곳에서 오렌지색 깃발들이 나부끼기 시작하자 클래식 음악이 공사장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근로자들은 즉시 일손을 멈췄다. 그리고 그늘을 찾아 몸을 누이거나 목을 축이며 휴식을 취했다. 10분 동안 이어진 감미로운 클래식 선율은 마치 거친 사막을 촉촉히 적셔주는 단비 같았다. 황량한 사막에 울려퍼지는 클래식은 그 자체로 묘한 기분에 젖어들게 만들었다.
‘히트 스트레스 컬러 코드(Heat Stress Color Code·HSCC)’. 기온의 높낮이에 따라 근로자들의 심리 상태를 고려한 현대건설의 휴식 체계다. 예를 들어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 불쾌지수가 높아지면 각종 범죄나 우발적 사고가 종종 발생하는 것처럼 높은 기온에 따라 적절한 휴식을 취하게 함으로써 신체·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줄여 안전사고 등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HSCC시스템은 모두 4종류다. 32∼38도는 노란색 깃발로 표시되며 40분 작업에 10분 휴식이 이뤄진다. 39∼49도에서는 오렌지색 깃발이 올라가며 30분간 일하고 10분을 쉴 수 있다. 또 50∼53도에서는 깃대 하나에 2개의 오렌지색 깃발이 나부끼는 ‘더블 오렌지’ 상태로 20분 근무에 10분간 휴식을 취하게 된다. 54도를 넘어서면 붉은 깃발이 나부끼며, 모든 공사현장에서는 작업이 즉각 중단된다.
공사 현장 총책임자인 민병화 현대건설 상무는 “일정한 온도 범위에 따라 노동과 휴식 시간에 차이를 두고 있는데, 40∼50도를 오르내리는 열대 지방의 공사 현장에서는 대부분 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사이드(카타르)=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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