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비정규직법 개정 협상에 임하는 여야의 속내는 미묘하게 다르다.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 시행 시기를 유예하지 않으면 실업대란 등 큰일이 날 것처럼 서둘러왔지만, 개정안을 무리하게 강행처리할 기세는 아니다.
노동계의 반발을 우려한 측면도 있지만 정치권에선 3차 입법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당장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라 1일부터 시작될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해고자 양산 사태를 둘러싼 여야간 책임 공방과 여론전이 가열될 경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30일 “우리가 수차례 양보하며 제안한 유예안은 기업들의 경영 사정과 해고 사태를 반영한 반면 민주당은 노동계에게 끌려다닌 ‘무대안 정당’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처리를 원활히 하기 위해 비정규직법을 ‘지렛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야당에 대한 비판여론을 발판 삼아 사활을 걸고 있는 미디어법 강행 처리의 명분을 얻겠다는 속내 아니냐는 것이다.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을 패키지로 직권상정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해둔 얘기다.
반면 야당은 여론전에서 절대 불리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수십만명이 대량 해고되는 사태에 직면한다는 한나라당 주장이 과장이라는 점이 확인될 것이라고 말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시행을 해보고 문제점을 반영해 개정안을 만들어도 늦지 않다”며 “이미 지난 4월 추가경정 예산 때 편성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지원금 1180억원을 활용하면 당분간 대량 해고 사태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미디어법과 연계 가능성에 대해 “미디어법은 장기 집권 의도가 깔려 있는 만큼 비정규직법과 분리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내부에서도 유예안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지지기반 중 하나인 노동계로부터 비판을 받을 가능성 때문에 합의를 주저한다는 시각도 있다. 노동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시한에 쫓겨 ‘졸속 해법’을 내놨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어느 쪽이 됐든 여야 모두 시행시기 유예라는 미봉책에만 매몰돼 해법을 찾지 못한 데 따른 정치력 부재와 무기력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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