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정치권에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책임론이 들끓고 있다. 비정규직관련법 개정안이 무산된 이후 공기업과 병원 등에서 비정규직 해고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이 장관이 관련 통계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이 장관은 1일 기자회견과 고위당정회의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더 이상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수 없다고 밝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 장관은 "공공부문에서 8만3000명을 이미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13만명이 남았는데 이들은 정규직 전환이 불가능한 직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노동부가 공기업 경영지침의 일부를 바꾸도록 강력히 지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장관은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회의에서 "앞으로 70만∼100만명의 비정규직이 고용위기에 노출될 것"이라면서도 사용기간 만료돼 계약이 해지되는(해고되는) 비정규직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고 답해 의원들의 질책을 들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동부가 부실한 통계를 내놔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취지의 질타를 계속했다. 노동부가 공공기관 외에는 제대로 된 통계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고위당정회의가 끝난 뒤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지방노동청이 비정규직 해고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그는 "숫자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고용지원센터 근로감독관 회의를 할 것이다. 사례를 빨리 조사하겠다. 그러나 기업이 협조하지 않는다. 접근도 못하게 한다"고 변명했다.
민주당은 30일부터 이 장관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여당 한 중진의원도 "지난해 6월부터 고위 당정회의 때마다 노동부 장관에게 비정규직법 대책을 주문했으나 그동안 노동계와 진지한 대화가 있었는지조차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도 이 장관의 비정규직 문제 대처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간제 근로자는 이미 직무급으로 돼 있으므로 정규직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데 따른 부담이 해고를 마음대로 못한다는 것 외에는 별로 없다"면서 "그런데도 법이 통과된 지 2년이 지나도록 노동부는 정규직 전환 촉진을 위한 노력을 과연 얼마나 기울였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어도 기간제 주요 직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와 정규직 정규직 전환 효과에 대한 모니터링을 했어야 마땅했다는 것이다.
반면 이 장관은 책임을 정치권에 떠넘겼다. 이 장관은 "정부가 (지난 4월) 제출한 법률은 상임위원장의 상정 거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면서 "평소 입법권 존중을 요구하던 국회가 행정부의 정당한 법률 제안권 행사를 무시한 비민주적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법 시행 시점에 몰려서 고용주체인 경영계는 완전히 배제한 채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표하지 못하는 노동단체만을 일방적으로 참여시킨 변칙적 논의 구조가 마련됐다"며 5인 연석회의도 비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노동전문기자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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