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한지붕 식구끼리 같은 사업을 누가 더 잘 할까. 그룹 내 계열사들이 특정 사업 분야에 따로 진출해 맞붙는 사례가 눈에 띈다. 내부 경쟁을 거쳐 잘 하는 쪽으로 정리되는 구조다. 하지만 경쟁이 오래 지속될 경우 중복 투자 위험성도 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박막형 태양전지 사업을 따로 추진 중이다. LG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에 두 핵심 계열사가 나란히 뛰어든 것. 지난달 LG디스플레이가 관련 로드맵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2일 LG전자는 고효율 박막형 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현재 8% 수준인 광변환(빛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을 2012년까지 14%대로 끌어올려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도 똑같이 내놨다.
태양전지는 유리나 플라스틱 기판 위에 전극을 입혀 만드는 박막형과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하는 결정형으로 나뉜다. 현재 결정형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제조원가가 더 낮은 박막형이 급부상하고 있다. LG전자는 두 방식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는 공정이 LCD와 비슷한 박막형에 승부를 걸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결정형은 내년부터 양산을 시작하지만 박막형은 아직 연구개발(R&D) 단계여서 양사가 따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개별적으로 R&D 경쟁을 벌이다 상용화 단계에서 그룹 차원의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에선 SK네트웍스와 SK마케팅앤컴퍼니가 내비게이션 단말기를 놓고 경쟁하게 됐다. SK마케팅앤컴퍼니는 지난달 내비게이션 ‘엔나비 S100’을 출시하며 단말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SK네트웍스 등 단말기 업체에 ‘엔나비’라는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공급해오다 직접 단말기 제조에 나선 것. SK마케팅앤컴퍼니 측은 “엔나비와 실시간 교통정보 ‘티펙’, SK주유소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는 ‘디지털 허브’ 등 기존 서비스를 한 곳으로 묶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에선 삼성전자, 삼성테크윈, 에스원이 개별적으로 폐쇄회로(CC)TV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성격이나 공략 대상은 서로 조금씩 다르지만 같은 시장에서 싸우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중복 투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월 삼성 사장단협의회에서는 CCTV 등 중복 사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은 올 들어 중복 사업 통폐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소형 LCD와 차세대 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사업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라는 합작사를 만들어 전담케 했다. 발광다이오드(LED) 사업도 신생 합작사 삼성LED로 통합 이관시켰다. 또 삼성정밀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물밑 경쟁을 벌이던 폴리실리콘(태양전지 핵심소재) 사업은 삼성정밀화학이 맡는 것으로 정리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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