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여교사 전원이 3개월여 남짓한 기간에 모두 시인으로 등단한 이색 초등학교가 있다.
광주광역시 본량초등학교 문학동아리 ‘꽃길’의 박은주(45·오른쪽에서 첫번째) 회장 등 이 학교 여교사 5명이 그 주인공이다. 학년당 교사가 1명뿐인 이 학교에서는 전체 6명의 교사 중 올 초 동아리에 합류한 남자교사 1명을 제외한 여교사 5명이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학교 주변의 빼어난 자연환경과 제자들의 때묻지 않은 동심을 소재로 다룬 동시 작품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지난해 겨울방학 때 동아리를 만든 이들은 명예퇴직한 선배교사이자 시인인 박경식(61)씨로부터 시작(詩作)의 기본을 배우기 시작해 그동안 매주 1차례 이상 만나 자작시를 낭송하고 서로 비평을 하면서 실력을 키워왔다. 그 결과 지난해 이 학교에 첫 발령을 받은 새내기 김수현(25)교사와 고참 나은희(52)씨가 지난 3월 광주지역 문예잡지 ‘문학춘추’ 신인상을 받은데 이어 회장인 박 교사 역시 ‘문학춘추’ 5월호와 6월호에 잇달아 당선되었고 같은 기간에 새내기 교사 오은하(25), 박지윤(25)씨가 서울에서 발행되는 문학전문지 ‘아동문예’에 작품을 발표해 후배 시인이 되었다. 이들은 제자들의 일기나 독후감 등 글쓰기 지도에 도움을 얻기 위해 시 세계에 흠뻑 빠져들었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인의 호칭까지 얻게 됐다.
박 회장은 “학생들에게 동시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게 된 게 가장 큰 보람”이라며 “창작활동을 하면서 작은 사물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황홀한 언어로 자연을 노래할 수 있게 돼 풍부한 상상력과 문학적 순수성까지 덤으로 키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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