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그나마 소녀시대가 출연해서 시청률이 나왔던 겁니다”
최고의 인기 그룹 소녀시대가 고정 출연하고도 고전을 면치 못했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의 시청률에 대해 방송가 한 관계자가 내린 냉정한 평가다. 그는 “‘일밤’의 시청률이 부진했던 것은 졸속기획 때문”이라며 “시청률 블루칩인 소녀시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소녀시대 팬덤의 충성도가 없었다면 시청률은 더 낮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밤’이 무너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7개의 코너가 교체되거나 폐지됐다. ‘일밤’의 위기는 중장년층 시청자에게 호평을 받고 있던 ‘세상을 바꾸는 퀴즈’가 토요일로 독립 편성되면서 시작됐다.
‘대망’은 말 그대로 크게 망했다. ‘퀴즈 프린스’는 미처 문제를 다 풀지도 못했다. 소녀시대를 시청률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공포영화제작소’와 ‘힘내라 힘’은 속절 없이 무너졌다. ‘오빠 밴드’와 ‘좋은 몸 나쁜 몸 이상한 몸’으로 다시 재정비를 꾀하곤 있지만, 시청률은 여전히 한자릿수를 맴돌고 있다. 벌써 6개월 째다.
△인기 MC도 무용지물=지상파 내노라하는 인기 MC를 기용했지만, ‘일밤’의 시청률 부진은 끝이 없다. 김용만, 신동엽, 김구라, 탁재훈, 신정환, 이혁재 등도 쓴맛을 봤다. 관계자들은 ‘일밤’ MC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소위 실내 스튜디오에서 빛을 발휘하는 토크 지향형 MC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실제 ‘일밤’의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 KBS ‘해피선데이-1박 2일’은 야외 로케이션으로 진행되는 소위 리얼 버라이어티다. 기본적인 구성과 대본은 제공되지만, 유재석과 강호동이 맏형 이미지로 팀을 이끌어나가는 공통적인 특성을 보여준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구르고, 넘어지고, 게임하는 것에는 도가 튼 달인이다.
반면, ‘일밤’은 토크와 애드리브에 강한 MC로 채워져있다. 문제는 ‘일밤’이 MC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기획을 펼친다는 점이다. 김용만과 신동엽, 김구라 등은 예능 프로그램의 블루칩이지만, 야외 로케이션으로 진행되는 리얼 버라이어티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패밀리가 떴다’와 ‘1박 2일’ 형식의 리얼 버라이어티는 이미 시청자들이 고정되어 있다. 비슷한 포맷의 기획으로는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두 프로그램에 명함을 내밀 수가 없다. 아예 리얼 버라이어티 콘셉트 자체를 탈피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음악을 소재로 만든 ‘오빠 밴드’는 가능성이 엿보인다.
주 시청자 타깃을 중장년층으로 넓히는 것도 방법이다. 비록 ‘일밤‘은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세바퀴’는 선전한 사례가 있다.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이 유재석과 강호동, 이경규, 김국진에 철저히 의존하는 것도 60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자릿수 시청률로 ‘버텨라’=‘일밤’의 가장 큰 문제는 간판 코너도 없다는 점이다. 시청률이 부진하다고 평가가 나오는 순간 곧바로 코너를 교체하고, 졸속 기획을 내놓는다. 소녀시대가 출연한 ‘공포영화제작소’와 ‘힘내라 힘’이 무너진 것도 그래서다.
소녀시대는 ‘일밤’과 시너지 효과는 커녕, 오히려 무리한 활동으로 팬덤의 원성만 샀다. 소녀시대의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 한 관계자는 “‘일밤’의 요청으로 소녀시대가 출연하게 된 것”이라며 “충분한 휴식을 주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출연했는데 시청률이 부진해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일밤’은 어차피 더 이상 무너질 곳도 없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홈페이지 다시보기와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가 일상화 된 환경 속에서 본 방송 시청률에 지나치게 일희일비 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플랜이 급선무다.
‘패밀리가 떴다’와 ‘1박 2일’도 시작은 미미했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무한도전’도 마찬가지다. MC들의 특성을 찾아 프로그램 콘셉트에 최적화하고, 코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는 것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잦은 코너 교체와 졸속 기획은 ‘일밤’의 명성에 상처만 입힐 뿐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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