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의 한국 투자 규모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시장에 15억달러(2조원)를 투자한다던 에릭슨이 외신을 통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고 밝힘에 따라 우리 정부가 성과를 과시하려고 성급하게 예상치를 공개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비요른 알덴 에릭슨코리아 지사장이 "한국의 4세대(G) 이동통신 분야에 투자하기를 원하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premature)"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2일 우리 정부가 밝힌 투자 액수 15억달러를 부인한 것.
FT 보도에 당황한 청와대는 즉각 해명자료를 냈다.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회장과 면담한 자리에서는 구체적인 투자 규모가 논의되지 않았으나 11일 실무진이 베스트베리 회장을 만났을 때 언급됐다는 내용이다.
청와대는 "베스트베리 회장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배석한 실무자가 1000여명 규모의 연구·개발(R&D)센터를 두는 데 금액이 얼마나 들지를 묻자 베스트베리 회장이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15억달러가 될 수도 있고 20억달러가 될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발언에 기초해 보도자료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12일 보도자료에서 에릭슨 한국지사 고용인력을 현 80명에서 약 1000명으로 확대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굵은 글씨로 "에릭슨은 향후 5년간 한국에 약 15억달러를 투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국내 언론 보도는 대부분 "에릭슨이 한국에 15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으로 나갔다.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 확정적으로 보도된 것이다. 정부가 투자 유치 성과를 과대포장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이 일자 에릭슨코리아 측도 해명자료를 내고 진화에 나섰다. 에릭슨코리아는 "정확한 투자 일정과 규모는 향후 진행될 프로젝트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나 한국 정부와 에릭슨은 투자 계획에 대해 완벽한 이해와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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