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초보 주식투자자 이모(28)씨는 지난 5월 1만6000원대에 사들인 한 건설업종 주식 때문에 속을 태우고 있다. 종목선택시 매수 의견을 줄곧 유지해 온 증권사 보고서가 큰 영향을 미쳤다. 6월 들어 주가가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다른 증권사들의 의견도 ‘매수’나 ‘중립’만 있어 고민만 하던 중 주가는 1만3000원대까지 떨어졌다. 뒤늦게 증권사의 ‘중립’ 의견은 사실상 팔라는 것이라는 고수들의 조언에 뼈아픈 후회만 했다.
이씨 같은 경험담은 사실 개미투자자들에겐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주식투자자 모임 인터넷 까페 등에는 이런 경험담에 대해 ‘아직도 증권사 투자의견을 따르냐’는 댓글이 달리기 일쑤다. 주식을 사라고 권하는 리포트는 많지만 ‘팔라’는 보고서는 없다는 점 때문이다.
15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15일 현재까지 국내 증권사들이 분석 기업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낸 경우는 단 3건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매수’의견은 3만8998건, ‘적극매수’는 537건에 달했다. 모든 종목의 주가가 그만큼 안정적이었거나 상승국면을 탄 것도 아니다. 매도보고서가 한건도 나오지 않았던 2008년에는 깡통주식이 속출했었다. 최근 한달만 봐도 증권사들이 기업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한 경우는 39건이었지만, ‘매도’ 의견은 한 건도 없었다.
특히 지난 3년 간 투자의견이 제시된 기업 788곳 중 3년 내내 ‘사라’는 의견만 제시된 기업도 343곳에 달한다. ‘매도’는 물론 ‘중립’이나 ‘비중축소’ 등의 의견도 나온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은 시장 여건상 매도의견 제시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결과분석이 아닌 전망치를 놓고 ‘낙인’찍듯 매도보고서를 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매도의견을 냈다하면 해당 기업과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물론 소주주들까지 항의가 빗발치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한 기업분석 연구원은 “아무래도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매수자들의 입장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면서 “우리 시장이 아직 애널리스트들이 소신있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여건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증권사 분석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중립’ 의견을 사실상 매도의견으로 해석하면 된다는 조언 아닌 조언도 나온다. 한 연구원은 “이미 시장은 ‘중립’을 팔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증권사 보고서에 의존하기보다는 방향성과 논리를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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