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어색한 동거'가 15일부터 시작됐다. 미디어법 처리를 둘러싼 양측의 깊은 불신에서 비롯된 사상 초유의 여야 동시 본회의장 점거에 따른 결과다.
여야 의원 각각 30여명은 이날 오후 1시15분쯤 김형오 국회의장이 산회를 선포했지만, 회의장을 떠나지 않았다. 서로 먼저 떠나라고 떼밀 뿐이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의장석 점거 농성을,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본회의장 선점 및 미디어법 직권상정을 우려했다. 양측 모두 '폭력국회'의 오명을 뒤집어쓸 게 뻔한 상황 때문인지, 의장석 점거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앞서 본회의 자유발언 시간에도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한나라당 장제원 원내부대표는 "장외투쟁이란 금단현상에 빠져 한 달을 허송세월한 민주당이 미디어법 처리 지연을 위한 술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우윤근 수석 부대표는 "한나라당이 25일까지 단독국회를 마감하려는 의도는 명백하다"면서 "언론악법의 직권상정과 강행처리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본회의 산회 직후 만난 여야 원내대표도 기존 주장만 되풀이했다. 합의의사는 없어보였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회기 내 미디어법의 표결 처리를 거듭 촉구했으나, 민주당의 회기 연장 요구는 거부했다. 반면 이강래 원내대표는 미디어법 처리를 위한 끝장 토론을 하자고 맞섰다.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 상임위 활동 등을 위해 7월 말까지 회기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요구도 했다.
원내대표 회담 결렬 후 여야는 비공개로 의원총회를 열어, 농성 장기화와 의장석 점거에 대비했다. 한나라당은 상임위별로 50여명씩 3개조로 나눠 매일 1개조가 밤을 지새우기로 했다. 민주당도 우선 20여명씩 3개조로 나눠 농성을 유지키로 했다.
본회의장을 지키는 여야 의원들은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나누는 것으로 시간을 때웠다. 일부는 책을 가져와 읽기도 하고 과자를 나눠 먹기도 했다. 하지만 원내대표단이 움직이면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리는 등 팽팽한 긴장감이 지속됐다.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 동시 농성이라는 생소한 상황이 멋쩍은 듯 "같이 나가자" "함께 밥이나 먹자"며 동시 퇴장을 제안하기도 했다. 여야 지도부와 이상득 의원 등 중진들의 격려방문도 밤 늦도록 계속됐다. 밤 10시가 되자 '밤샘조'가 투입되는 등 여야는 철야대치에 대비했다.통닭과 콜라 등 야식도 본회의장에 조달됐다.민주당 일부 의원은 올 초 국회 중앙홀 밤샘 농성 때 사용했던 침낭을 가져오기도 했다.
김 의장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 의장은 본회의 인사말에서 "나라를 세운 제헌의원들이 지금 국회의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지 정말 두렵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점거농성이 계속되고 있는 본회의장 상황을 의장실에서 TV모니터를 통해 지켜보다 저녁 늦게 퇴근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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