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번 ARF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주요 이슈로 다룰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도 겉으론 강경기조를 천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슬며시 미국에 화해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7일(현지시간) 워싱턴 포린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비핵화 과정으로 돌아올 때까지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 제재 조항들을 적극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는 북한을 기다리고 있지 않다”면서 “(대량살상무기) 기술이나 무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조치들을 취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new approach)이라고 부를만한
것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크롤리 차관보는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면서 “북한이 이 문을 통해 돌아오기를 원한다면 매우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는 어정쩡한 조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8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이용준 차관보와 회담을 갖고 “북한이 중대하고 불가역적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은 북한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 등이 명백히 했다”고 말했다.
캠벨 차관보는 미국이 제재 추진과 대화 모색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북한의 도발 행동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대가가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북한이 협상장에 복귀하길 원할 경우 문은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캠벨 차관보의 이번 발언은 미국이 북한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됐다. 북한의 향후 행보에 따라 북·미관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의 최종 결정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박의춘 외무상보다는 일종의 순회대사 성격의 고위인사가 ARF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당분간 국제사회와 대화할 뜻이 없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이 다가오는 미국에 비밀스런 제안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명호 특파원, 하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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