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사상 초유의 국회 본회의장 여야 동반 점거가 19일로 5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뒷얘기들도 무성하다. 밤샘을 하면서 잠자리를 놓고 벌어졌던 신경전도 볼만했다는 전언이다.
한나라당 한 초선 의원은 “지난 15일 밤 본회의장 기표소 안에 메트리스를 깔고 자고 있는데 같은 당 선배 의원이 발을 ‘툭툭’차며 깨우기에 이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계속 자는 척 했다”고 털어놨다. 점거농성의 선배격인 민주당의 의원이 최고의 잠자리로 추천한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선배고 뭐고 없었다는 것이다. 기표소 내부는 바깥 불빛이 차단되는 점이 최고 장점으로 꼽힌다.
의장석 주변이나 의장석 밑 대정부 질문 단상 역시 명당으로 꼽힌다. 본회의장 내부가 대부분 경사진 반면 이들 지역은 평평해 숙면을 취하기 위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아침 8시까지 자본 적은 의원 되고나서 처음”이라며 색다른 경험이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의원이 되고나서는 주말에도 지역구 행사 때문에 6시 이전에는 꼬박꼬박 일어났으나 처음으로 깨우는 사람 없이 8시까지 숙면을 취했다는 얘기다.
주간 대기조에게는 본회의장 국무위원석 뒤편이 좋은 자리로 꼽힌다. 본회의장 내부를 중계방송하는 방송 카메라에도 잘 잡히지 않는 데다, 국회 방청석에서도 잘 보이지 않아 사진이 찍히기 힘든 장소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국회에서 점거 농성하는 얼굴이 신문이나 방송에 실려 좋을 게 뭐가 있냐”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대기조 역할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설 때마다 이 기억을 지우고 싶다는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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