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초읽기에 들어갔던 여권의 미디어법 직권상정 처리 계획이 암초에 부닥쳤다. 19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던진 한마디 때문이다. 미디어법이 20일 직권상정될 경우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그의 발언은 파장이 컸다.
박 전 대표의 입장 표명으로 6월 임시국회 막판까지 미디어법 직권상정을 통한 본회의 표결 처리가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 많다. 특히 김 의장이 박 전 대표의 반대를 무릅쓰고 직권상정을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의장실 관계자는 "야당 의원들과 함께 많게는 70명 정도로 파악되는 친박의원들이 미디어법을 반대하고 나서면 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될 수도 있어 김 의장으로서는 직권상정이라는 모험을 강행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19일을 협상 '데드라인'으로 설정했던 한나라당 지도부도 민주당 요청을 수용, 20일 협상을 재개키로 했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선 박 전 대표 발언의 속뜻은 다른 데 있다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여권 내에서 제기되는 9월 조기 전대론, 친박 입각설, 한나라당-자유선진당 연대론 등 모두 박 전 대표가 받아들이기 힘든 카드라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이번 발언은 현 정부에 대한 경고, 또는 친박 내부 단속용이라는 관측이 있다. 친이계 한 의원은 "박 전대표의 동의 없이 어떤 법도 통과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여권을 궁지로 모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야당 이상으로 여권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친박계는 진화에 나섰다. 친박계 홍사덕 의원 등은 박 전 대표가 충분한 야당 설득과 여론 수렴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이 처리하려는 미디어법안을 먼저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직권상정은 '절대 반대'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타당하고 합리적인 안을 내놓고 국민과 야당에 대한 협상과 설득 노력이 충분했는데도 야당이 반대하면 그때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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