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금산분리 완화 법안의 한 축인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 길이 열렸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은행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은행법 개정안만 통과됐다. 이에 따라 개별 은행이 아닌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금산분리 기준은 완화되지 않아 '반쪽짜리 금산분리 완화'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날 개정안 통과로 산업자본이 은행 또는 은행지주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직접 소유할 수 있는 한도는 현행 4%에서 9%로 늘어났다. 지분 보유 관련 규정은 오는 10월10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당장 은행업에 진출하는 기업을 찾아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과거와는 달리 은행에서 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것보다 오히려 증시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게 수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할 경우 생길 수 있는 폐단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금융감독당국의 감시도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 금융업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삼성도 은행업 진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일부에서 삼성그룹이 은행업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어떤 준비도 하고 있지 않다"면서 "삼성전자를 금융지주회사 아래 자회사로 두려면 15조∼20조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개정된 금융지주회사법은 우리 그룹이 계획하고 있거나 구상하는 사업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못박았다. 일각에서는 자금력이 풍부하고 금융 계열사를 많이 거느린 롯데의 은행업 진출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러나 롯데 관계자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금융업계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을 반기고 있다. 산업자본이 소유할 수 있는 최대 은행 지분 9%로는 은행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반면 증자를 통한 은행의 자본건전성 제고에 산업자본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명희 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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