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서부지원 제1형사부(김경철 부장판사)는 23일 자신을 때리던 남편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주여성
L(18)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산부라는 특성을 감안해 흉기를 집어들게 된 것까지는 방어적 상황임이 인정되지만 흉기를 세 차례나 휘두른 이후의 행동은 문화적 차이와 인격적 모멸감에서 나온 분노없이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부검 자료에 나타난 사체의 상처 깊이와 방향 등을 살펴봤을 때 엉겁결에 찔러서는 그러한 상처가 날 수 없다”며 “유족과 합의되지 않은 점, 임산부인 점, 양육 문제를 유족 뜻에 따르겠다고 한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선고에서는 재판부가 L씨의 과잉방위를 인정한 점이 주목된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임산부였기 때문에 아주 폭력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위험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과잉방위를 인정했다”며 “하지만 남편을 흉기로 세차례나 찌른 점은 보호적 방위라기보다는 선제적인 면이 있어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결혼과 함께 한국으로 온 L씨는 올 1월 대구 달성군 화원읍 집에서 술에 취해 주먹을 휘두르는 남편 김모(38)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가정폭력 피해 캄보디아이주여성 구명 대구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L씨의 행동을 정당방위로 보고 있지만 법률적 해석상 이 주장이 100%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유족측은 “(숨진 피해자는)이가 좋지 않은 부인을 위해 대출을 받아가며 치과 치료도 해주고 사건 당일도 임신한 부인이 열대과일을 먹고 싶다고 해 멀리 떨어져 있는 재래시장까지 갔었다”며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도 이렇게 약한 처벌을 받으면 L씨가 앞으로 법을 우습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대구=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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