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6자회담 틀을 깬 북·미 양자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6자회담을 통한 다자틀 안에서의 양자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접점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북·미 모두 대화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어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래서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한 북·미간 뉴욕채널에 눈길이 쏠린다.
우리 정부는 북·미 양자대화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원칙론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북·미간 양자대화가 성사되는 게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속내를 내비친다.
교착상태인 북·미 양자대화에 긍정적 변수가 등장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북·미 양자 대화 지지가 바로 그것이다. 반 총장은 지난 29일 유엔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던진 메시지는 두가지다.
우선 반 총장은 6자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북한 당국이 모든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요하다면 다른 형태의 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대화 형식의 물꼬를 튼 것이다. 또 방북 의사도 밝혔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할 용의가 있으며, 여기에는 평양을 직접 방문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여전히 확고해 보인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의 대북 접근은 6자회담을 통해 다자방식으로 해야만 한다는 것”이라면서 “그것이 나머지 5개 당사국의 입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다만 북한이 최근 ‘대화’라는 표현을 자주 쓰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추가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는 등 도발적 언동을 자제하고 있고, 최근 미국 압박에 강남호를 회항시켰으며, 유엔주재 신선호 대사가 의도적으로 북미대화 의지를 밝힌 점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유연한 입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북한에 억류중인 두 여기자 석방 문제를 놓고 북미간 뉴욕 채널이 상당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뉴욕 채널을 통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의 방북을 미국측에 타진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켈리 대변인은 “북한과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대화하는 수단이 있다”고 말해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이와 함께, 한쪽으로는 대북 제재대상을 추가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결국, 북한과 미국 모두 대화형식을 고집해 양자대화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기 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해결점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명호 특파원, 하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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