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박성찬(46) 사장이 휴대전화에 '꽂힌 건' 10년전 쯤이다.
1997년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업체인 '다날(다가오는 날은 다 좋은 날을 줄인 말)'을 설립한 그는 수많은 인터넷 사이트들의 등장과 함께 불어닥친 '닷컴 버블'의 회오리 속에서 남들과 달리 줄곧 휴대 전화를 주목했다.
"당시에는 각종 인터넷 유료 사이트가 수익 모델로 등장했는데, 과금 체계가 번거로웠어요.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유료게임을 하려 해도 은행계좌 이체나 신용카드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게임용 선불카드를 별도로 구입해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한 다음 숫자만 수십개를 입력해야 했는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거든요."
'모든 인터넷 콘텐츠 이용료를 휴대전화로 결제할 순 없을까.' 박 사장의 머리 속에 아이디어가 솟았다. 그는 지체없이 자신의 구상을 현실로 옮기는 작업에 돌입했다. 그리고 직원들과 함께 1년에 걸친 연구 끝에 2000년 7월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를 세상에 내놨다. 세계 최초였다. 이 방식은 예컨대 인터넷으로 음악을 다운 받을 때 구매할 곡을 선택한 다음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로 본인 인증 및 대금 결제를 완료한 뒤, 나중에 휴대전화 요금과 함께 콘텐츠 요금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하지만 서비스를 개통한 첫달 네티즌들의 결제액은 8만원. '실패한건가…'라는 회의감이 밀려들 무렵 믿기지 않는 매출 질주가 시작됐다. '휴대전화 요금 결제가 생각보다 편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듬해 초 '리니지' 게임으로 유명한 게임개발업체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온라인 게임업체와 인터넷 쇼핑몰, 음악다운로드 업체 등이 다날과 서비스 이용 계약을 체결한 것. 2001년 22억원이었던 다날의 휴대전화 결제서비스 매출액은 올해 40배나 뛴 900억원을 넘볼 정도다.
현재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를 담당하는 업체는 다날과 모빌리언스 등 두 곳이다.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든, 유료 게임을 하든, 혹은 음악을 다운받을 때 휴대 전화로 요금을 결제하는 네티즌 2명 중 1명은 다날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셈이다. 다날 서비스는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대만(2003년), 중국(2006년) 진출에 이어 이르면 다음달 쯤 미국 시장에서도 상용화될 예정이다.
평균 연령 30대 초반의 직원 135명만으로도 다날이 '작지만 강한'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은 남보다 '한발' 빠른 데 있다. 다날은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에 앞서 휴대전화의 벨소리 문화를 바꾼 주역으로도 유명하다. 이 역시 박 사장이 다른 이들보다 한 발 앞서 생각하고 먼저 시장에 뛰어든 모험이 적중했다. 10년 전 국내 휴대전화는 '띠리리리∼'로 통하는 단조로운 벨소리 하나 뿐이었다. 하지만 1999년 박 사장은 우연히 일본에 들렀다가 다양한 음원이 담긴 조그만 칩을 얻게 됐다. '휴대전화 벨소리도 다양해질 순 없을까.' 손톱만한 칩에서 사업 힌트를 얻은 그는 직접 4화음,16화음, 64화음 등으로 음원 파일을 만든 데 이어 국내 최초로 ARS(자동응답시스템)와 무선 인터넷을 통한 '휴대전화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를 선보였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박 사장의 사업 구상이 공개될 때마다 업계에서 흘러 나오는 말이 있다. "박 사장, 그건 너무 앞서가는거 아냐?"
휴대전화 결제서비스에 대한 구상을 처음 꺼냈을 때도, 앞서 휴대전화 벨소리 시스템을 개발할 때도 주변에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박 사장의 구상은 곧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박 사장은 틈만 나면 직원들에게 외친다. "앞서 생각하고 먼저 실행하자." 다날은 현재 전세계 모든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국의 휴대전화만으로 온라인 구매가 가능토록 하는 '국가간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IPN)'를 준비 중이다.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박 사장은 자신감에 넘쳐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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