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었으니 빼자” 펀드 자금 유출 심상찮다

“먹었으니 빼자” 펀드 자금 유출 심상찮다

기사승인 2009-08-09 17:23:01
[쿠키 경제] 펀드 자금 유출이 심상치 않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들어 6일까지 국내외 주식형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서 4274억원이 빠져나갔다. 하루 평균 1000억원 수준의 순유출이다. 7월에는 한달간 1조2968억원의 자금이 줄었다.

그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만 집중됐던 순유출이 해외주식형 펀드로까지 확산된 모습이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벗어나지 못했던 펀드 투자자들이 최근 증시 강세로 펀드 수익률이 원금을 회복하거나 수익을 내기 시작하자 대거 환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금 유출규모가 커지면서 본격적인 ‘펀드런(펀드대량환매)’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국내주식형 펀드 유입금액의 54%인 44조원이 코스피 지수 1600선 이상에서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넘어설 경우 대량 환매 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코스피 지수가 1600선 이하일 때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 중 36%가 이미 환매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펀드런이 현실화될 경우 증시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증권 오성진 WM컨설팅센터장은 “코스피지수 1600이상 구간에서는 펀드런이 불가피하다”면서 “투신권은 환매가 일어날수록 매도 압력이 커지기 때문에 코스피 지수의 기간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증시가 추가 상승을 지속할 경우 새로운 자금 유입이 일어나 오히려 자금 유출세를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코스피 지수의 1600선 돌파가 기존 펀드 투자자의 환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반면, 동시에 그만큼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금융위기 이후 경색된 투자 심리가 풀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설사 자금 유출이 지속되더라도 과거와는 달리 전체 펀드 시장 규모가 70조원 수준까지 성장한 만큼 펀드런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증시 전문가는 “1600선이 펀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논란이 많지만 적립식 투자자의 경우 단기 변동성은 크게 의식할 필요가 없다”면서 “다만 거치식 투자자는 이미 증시가 1650선 안팎으로 예측되는 하반기 증시고점에 가까워진 만큼 현 시점의 추가 매수는 자제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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