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방송통신위원회는 11일 저녁 기자들에게 참고자료를 돌렸다. 지난해 요금인하와 결합상품 판매 등을 통해 1조147억원의 가계통신비를 절감했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이동전화 요금이 30개국 평균보다 비싸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가 공개된 직후였다.
OECD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통신산업 매출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통신 관련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5%로 포르투갈(5%)과 함께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OECD는 "이는 한국과 포르투갈의 소비자들이 소득 대비 더 많은 통신비를 지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통신 매출은 요금뿐 아니라 기기 사용량, 설비 등이 합산된 개념이어서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가계소비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올해부터 결합상품 경쟁이 본격화돼 요금인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OECD 조사 결과에 대해 "요금 비교 기준이 잘못돼서 비싸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약정할인, 결합상품 등을 통해 자율적인 요금인하를 추진해 왔다"는 이동통신사들의 주장과 같다.
이통사들은 지난달 한국소비자원이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가뜩이나 요금인하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단체들은 비싼 가입비와 기본료를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정부 주도로 요금을 내리는 것보다 이통사의 자발적인 인하를 유도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요금이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면 내리도록 노력해야 할 정부 부처가 어떻게든 요금인하를 막으려는 통신업계를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선 것 같아 씁쓸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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