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국회의원 최문순 “현장 얘기들을 국회에 전달하고 싶다”

거리의 국회의원 최문순 “현장 얘기들을 국회에 전달하고 싶다”

기사승인 2009-08-13 16:29:01

[쿠키 정치] 최문순(53) 민주당 의원은 미디어법이 통과된 다음 날인 지난달 23일 국회사무처에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명동성당 앞으로 가 천정배 의원과 함께 ‘언론악법 원천무효 천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 서명운동이 13일로 ‘14일째’가 되었다. 의원회관에서 짐을 빼고 보좌진을 해고한 최 의원은 매일 저녁 6시 명동성당 앞으로 출근한다.

-국회의원 가운데 제일 먼저 의원직 사퇴서를 냈다. 의원직을 왜 버려야 했나?

“의원직을 가지고 있으나 버리나 결과는 같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요맘때 KBS 정연주 사장 해임이 있었고, YTN 기자 해고 사태, ‘PD수첩’에 대한 검찰 수사, 미디어법 통과 등이 이어졌다. 원내에서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결과는 달라진 게 없다. 자기들 맘대로 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분명한 항의의 표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언론계 비례대표로서 미디어법 통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의미도 있다.”

-의원직 사퇴를 결심할 때 가장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문제는?

“인간적으로 보좌관들 문제가 걸렸다. 나를 만났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해임되는 거니까. 그게 제일 어려웠다.”

-의원직 사퇴를 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쇼라는 비판, 선명성 경쟁이라는 비판, 돌출행동이라는 비판도 있다. 다 일리가 있는 말씀들이다. 일일이 변명해봐야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들이 보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최 의원 블로그를 보니 한 보좌관이 “당신을 만나 국회 생활의 8할을 거리에서 보냈다”고 쓴 글이 있더라. ‘노숙문순’이라는 별명도 있다. 왜 ‘거리의 국회의원’이 되었나?

“요즘은 ‘명동삐끼’라고 한다. 하루 종일 자다가 저녁에 나오니까, 하하. 국민과 국회가 너무 멀어져 있다는 생각이다. 사회적 갈등들을 국회가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현장으로 나와서 시민들을 직접 만나고 얘기를 듣고 그걸 당이나 국회에 전달하려고 한 것이다.”

-‘거리정치’에 너무 쉽게 편승하는 건 아닌가?

“안에서 잘 됐으면 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국회에서 84석(야당) 소수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는다. 선거에서 의석이 결정되면 그건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그 조건에서 시작해서 서로 잘 조정해 나가라는 뜻이지, 그걸로 모든 의안을 결정하라는 건 아니다. 그러면 정치가 뭐가 필요한가? 그게 출발점인데 그걸로 다 결정됐다고 생각하니까 문제다.”

-지난해 촛불집회 이후 거리정치가 일상화되는 느낌이다.

“정치는 국회 안에서 하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국회의 시스템과 의제가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으니까 문제다. 디지털시대 시민들은 평등한 문화, 직접적 문화, 수평적 관계 등을 원한다. 반면 국회는 아날로그적이고 수직적이다. 이게 안 맞고 있다. ‘문명의 충돌’같은 느낌이다. 나는 정당이나 언론,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 우리사회의 중간계급이 다 위기라고 본다. 디지털 조직들이 활발하고 여기서 굉장히 중요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다들 ‘물 먹고 있다’.”

-어떻게 해야 거리정치를 의회정치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국회를 확 개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MB에게 항의하기 전에 국회에 와서 항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곧바로 거리로 나가서 ‘MB아웃’을 외치는 상황이다. 국민들 의견이 수렴되도록 국회 시스템을 고쳐나가야 한다. 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진보나 보수 정당 모두 국민들에게 충분히 열어놓지 않고 있다. 국회나 정당, 둘 중 하나라도 국민들에게 개방됐다면 거리정치는 없었을 것이다.”

-초선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와 1년여간 의원 생활을 했다. 혹시 정치에 절망했나?

“정치가 중요하고 정치가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은 더 강해졌다. 지금 신문사들이 굉장히 어려운데 여기에 3000∼4000억원만 넣으면 탄탄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건 안 하고 4대강사업에 22조원 넣는다고 한다. 이걸 결정하는 게 정치다. 따지고 보면 정치 아닌 게 없다. 그런데 정치는 단순화가 특징이다. ‘정치쇼’ ‘MB악법’ 이런 식으로 단순화해서 딱지를 붙여버린다. 그러면 그 안의 복잡성은 다 없어져 버린다. 섬세한 논의가 불가능한 구조다.”

-10월 재보선에 출마할 수도 있나?

“당이 선택할 문제다. 당이 나보고 나가라고 한다면 나갈 수도 있다고 본다. 당에서 어떤 결정을 할 지 모르지만.”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사진=호임수 기자
njkim@kmib.co.kr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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