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는 14일 “유씨 석방은 북한이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며 “이를 하나의 이벤트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 좀 더 냉철한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남북 간에 놓인 산적한 현안을 고려했을 때 다행스럽긴 하나 고마워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평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7월초부터 유씨 석방 의사를 보내왔다”면서 “그런데 미국 여기자 억류 문제와 맞물려 석방 날짜가 10번도 넘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선(先) 미국 여기자 석방, 후(後) 유씨 석방이라는 수순대로 일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기존 대북 정책의 방향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대북 스탠스 변화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에 대해 4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먼저, 6자회담의 틀 등을 통해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다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 이어 금강산 관광 도중 북한군에 의해 피격 사망한 박왕자씨 총격 사건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 표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달 30일 북한에 나포된 800연안호 선원 4명의 귀환 문제도 조속히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미 공조체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여기자 석방 직후 북한 조선광선은행을 금융 제재 대상 기업으로 추가 지정하고 나서는 등 대북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성급하게 화해 제스처를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씨 석방 이후 남북관계, 북·미 관계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으로선 미국 여기자도 풀어주고 유씨도 석방시켜줬는데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이 냉정한 입장을 견지하는데 대해 불만을 표시할 가능성이 있으나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는 상태다. 다만 정부는 한미 공조의 틀속에서 북한의 핵문제를 압박하되 민간단체의 인도적 대북지원은 허용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하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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