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잉여금 ↑,유보율 1000% 육박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지주사 및 금융지주 제외)의 올 상반기 투자는 13조817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9.1%나 감소했다. 분기별로는 2분기 투자가 지난해에 비해 16.5%나 급감해 1분기보다 더 위축됐다. 반면 이들 10개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22조149억원에서 3월말 22조9613억원, 6월 말 현재 24조3134억원으로 계속 증가했다. 이처럼 자금 여력이 커졌는데 투자 활동은 오히려 위축되면서 주요 그룹사들의 유보율은 1000%에 육박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대 그룹사의 유보율은 6월말 현재 962.98%로 1년전에 비해 44.29%포인트나 높아졌다. 유보율은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영업활동 및 자본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현금성 자산이 얼마나 쌓여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기업별로는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투자액이 ‘반토막’ 났다.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 부문의 위축으로 유·무형자산 투자가 4조원 이상 급감한데 따른 것이다. SK텔레콤도 전체 투자가 2조500억원에서 9483억원으로 급감했다.
경기 불확실성에 주춤하는 기업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아직 세계 경기 곳곳에 남아있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금 여력이 생겼더라도 향후 매출 전망까지 해야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보수적으로 투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푸르덴셜투자증권 성병수 기업분석실장은 “상반기에는 향후 전망이 불투명했기 때문에 유보율이 쌓여가도 투자를 늘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투자촉진을 외치고 있지만 기업이 움직이려면 그런 ‘말’이 아니라 소비 수요가 기본적으로 살아나야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지나치게 몸을 사려 선제적인 투자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국가가 어려울 때 기업들이 다소 리스크가 있더라도 과감하게 나설 수 있는 프런티어 정신이 실종돼 아쉽다”며 “특히 반도체처럼 사이클을 크게 타는 업종은 투자 적기를 놓치면 뒤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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