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정유사들이 비상경영에 나섰다. 휘발유 수출은 늘었지만 정작 석유정제사업의 지표로 삼는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와 정제비용을 뺀 것)은 줄면서 밑지는 장사를 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정유사들은 본업인 석유사업 외에 비석유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늘어난 수출, 줄어든 정제마진=24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정유업체들의 휘발유 수출물량은 1832만9000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1014만9000배럴)에 비해 80.6%나 늘었다. 경유 수출량 증가율(14.3%)보다 5배가 훨씬 넘는 규모다. 같은 기간 내수 소비량은 6528만3000배럴로 지난해보다 3.8% 줄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저마다 고도화 설비를 증설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 생산능력이 크게 확충된 데다 경기침체 등에 따른 내수 감소로 잉여물량을 수출로 돌린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휘발유 수출이 증가한다고 해서 정유사들이 안도할 상황은 아니다. 대표적인 정유업체인 SK에너지를 비롯해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주요 정유사들의 경우 올 상반기 석유정제사업에서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싱가포르 현물 시장을 기준으로 할때 지난달 휘발유의 1차 정제마진은 배럴당 -5.08달러를 기록했다. 원유 1배럴을 정제해서 석유제품을 만들 때마다 5.08달러의 손해를 본다는 의미다. 지난해 4월 -1.42달러에 비하면 3배 넘게 마진이 줄어든 것이다. 정유사 관계자들은 “휘발유와 경유 등의 석유제품 가격이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 대신 주요 정유사의 상반기 전체 매출 가운데 비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은 상대적으로 높아 정유사에 따라 29.5∼85.9%에 달했다. 정유사의 본업인 석유정제사업보다 부업에 가까운 비석유 부문 사업들이 짭잘했다는 얘기다.
◇새로운 ‘먹거리’ 찾고 비용 줄이고=정유사들의 정제사업은 국제 유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유사들이 비석유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수익 구조를 다각화하려고 한다. 최근 들어 정유사별로 석유개발 사업이나 연료전지, 수소에너지 개발 등에 뛰어들고 있다.
원가비용 절감도 정유사들의 중요한 과제다. SK에너지의경우 데모 플랜트(본 공장 건설 전에 기술과 공정이 적정한지를 파악하기 위해 짓는 공장)를 통해 새로운 나프타 분해기술 실험이 완료 단계에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열분해 방식 대신 촉매반응을 통해 분해하는 기술개발로 20%가 넘는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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