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첨단 제품 이름을 둘러싼 ‘원조(元祖) 경쟁’이 치열하다. 이름을 선점해야 시장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국내 출시한 휴대전화 ‘햅틱 아몰레드’가 현재까지 30만대 이상 팔렸다고 25일 밝혔다. 풀터치폰임을 나타내는 ‘햅틱(Haptic·촉각)’과 애칭 ‘아몰레드’는 모두 삼성전자가 선점한 이름이다. 햅틱은 영어권 사람들도 평소에 잘 안 쓰는 단어인데 국내에선 오히려 그 낯선 느낌이 ‘첨단’ 이미지로 전이돼 풀터치폰 카테고리명으로 안착했다.
아몰레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를 뜻한다. 업계에선 AMOLED를 ‘에이엠 오엘이디’나 ‘에이엠 올레드’, 혹은 ‘암올레드’라고 제각각 읽어왔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아몰레드’라는 제품명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아몰레드가 많은 소비자들 입에 붙는다면 앞으로 다른 업체의 AMOLED 탑재 제품에도 그대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올 초 내놓은 발광다이오드(LED) TV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LCD TV의 일종인 LED TV를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카테고리로 만를었다.
SK텔레콤이 2002년 업계 최초로 선보인 통화연결음 서비스 ‘컬러링’도 이름을 선점해 보편화된 사례다. 나머지 업체들은 다른 이름으로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가장 먼저 나온 컬러링이 보편적인 용어로 굳어졌다.
미국 인텔은 자사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미니 노트북을 ‘넷북’이라 부르도록 했다. 넷북이란 용어를 가장 먼저 쓴 영국 사이언텍로직스가 반발, 인텔과 송사를 벌였지만 최근 사이언 측이 용어 사용 권리를 포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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