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여권이 개헌 논의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28일 "내년 상반기에는 개헌이 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대체로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의견이 분분하다.
◇분권형 또는 4년 중임=많은 의원들이 사회적 통합을 위해선 의원내각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 여론 때문에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정당에 대한 국민 신뢰가 부족한 데다 1987년 개헌에서 이룬 대통령 직선제를 여전히 국민이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헌 논의는 직선제 유지라는 틀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주류 측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한다. 안 원내대표는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지역감정 극복을 위해서는 권력분산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며 사견임을 전제로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시했다.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연구자문위원회도 이날 양원제 도입과 대통령 권한을 축소한 내용의 이원정부제 개헌안을 다수안으로 채택했다. 채택된 이원정부제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념으로 총리는 치안, 경제, 국방, 외교, 안보분야 등에서 행정의 최고 책임자 역할을 담당하고 군 통수권, 법률안 제출권, 법규·명령 제정권을 갖는다. 대통령은 5년 단임 직선제로 선출되며 독자적인 하원 해산권, 국가비상사태 발생시 긴급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는 긴급명령권, 계엄선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4년 중임제를 지지한다. 4년 중임제는 순수 대통령제 요소를 강화해 정·부통령제를 도입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다른 진영에서는 박 전 대표가 8년 동안 대통령을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개헌 가능할까=대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정권 말에는 개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탄다면 내년 6월 이전 개헌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 없이 정치권이 개헌을 주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많다. 친박계 중진의원은 "87년에는 직선제를 원하는 국민적 열망이 6월 항쟁으로 분출됐고 개헌으로 이어졌지만 현재 국민들이 과연 당시처럼 개헌에 관심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야당도 시큰둥하다. 개헌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특정 정파의 정치적 이해를 대변한 개헌 논의는 정치혼란만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 22년 동안 개헌이 한 번도 없었고,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분명하게 드러난 만큼 권력구조 개편을 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많다. 여권 핵심당직자는 "야당 시절에는 개헌 얘기가 나오면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여당이 돼 보니 현행 대통령제는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몸소 실감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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