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상반기 국내 경기 회복세를 타고 떨어지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등락을 반복하며 박스권 내에 머물고 있다. 1일 국내 무역수지 흑자폭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는 등 국내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환율도 방향성을 잃고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화 약세 흐름은 이어지겠지만, 추가적인 환율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회복세 둔화가 환율 하락폭 제한=금융위기 여파로 지난 3월 최대 1570원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 점차 하락해 지난달 4일에는 1210원대까지 바라봤다. 올초 비정상적으로 올랐던 환율 덕에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늘었고 지난 6월 사상 최대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등 국내 경기가 빠르게 회복한 덕분이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 1240원대로 다시 올라선 원·달러 환율은 그 이후 위로도 아래로도 방향을 정하지 않은 채 박스권 내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경기회복세가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환율 하락 압력이 약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발표된 8월 무역수지 흑자폭 급감도 추가 하락을 막을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긴축재정 우려 등 불안요소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뚜렷한 방향성 없이 흔들린다는 분석도 나왔다.
대우증권 이효근 경제금융팀장은 "무역수지 흑자폭은 줄어들었고, 우리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 경제의 정책방향이 전환될 지 모른다는 우려감 등 불안요소가 커졌다"면서 "불안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판단되기 전에는 큰 폭의 추가 (환율)하락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한 동력이 사라지면서 국내외 증시가 외환시장에 결정적 변수가 되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코스피 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등 아시아 증시 호조로 8.2원이나 급락, 1240.7원으로 장을 마쳤다. 반면 전날에는 중국 증시 급락 여파로 4.5원 상승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외환시장에 별다른 재료가 없다보니 거래량도 줄고, 외부 요인에 따라 환율이 눈치보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큰 흐름은 하락쪽으로=장기적으로는 환율이 다소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미국의 저금리 기조, 재정 적자 등을 감안할 때 미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글로벌 경기도 회복 흐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박형중 연구원은 "1570원까지 갔던 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진 것은 환율의 정상화 과정이었다"면서 "하반기 하락속도는 제한적이겠지만 최대 1180원 정도까지는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환율 하락이 수출기업 경쟁력에는 다소 안 좋을 수 있지만, 2008년 초 900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도 높은 수준으로 역마진까진 아니다"면서 "물가안정효과 등 오히려 긍정적인 면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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